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3+1(노동․교육․연금․정부) 개혁’ 과제 중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래도 무엇보다 시급히 다루어야 할 과제라고 한다면 단연 연금개혁이 아닐까?

최근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이 지났다거나,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기사를 접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골든타임의 사전적 의미는 ‘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사고 발생 후 수술과 같은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는 최소한의 시간’ 또는 ‘방송계에서 시청률이 가장 치솟는 시간대’이다.

골든타임의 사전적 의미를 연금개혁에 접목시켜 보면, 제5차 재정계산을 맞이하고 있는 올해가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 제도 개선을 이루어 내야 하는 마지막 해이며, 연금개혁이 전 국민이 가지는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3월말 정부는 2055년에 기금이 소진될 것이라고 재정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여러 가지 변수(합계출산율, 기금수익률 등)들이 있겠지만 단순하게는 현재의 보험료율(9%)과 소득대체율(40년 가입 시 40%)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를 가정하고 추정한 것이다.

5년 마다하는 재정추계는 제도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정기검진이라 할 수 있는데, 재정추계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대다수 언론이나 국민은 기금 소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재정추계를 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현행 연금제도가 내는 것보다 더 많이 받도록 설계되어 있기에 기금이 소진되는 시기를 예측하여 노후소득보장의 중추인 국민연금제도를 얼마나 오래 건전하게 운영해 나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개선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금이 언제 고갈되니까 연금을 못 받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것이 아니라, 언제라도 기금은 고갈될 수 있으니 ‘어떻게 하면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가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생각해야만 한다.

국민연금은 법을 통해 국가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재정추계 결과와 같이 2055년에 ‘기금이 소진되어도 연금은 계속 지급’될 것이다.

이는 기금이 소진되는 2055년을 기점으로 연금재정방식이 현 부분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의미이며, 부과방식으로 전환되면 보험료 부담률은 26.1%로 치솟고 2093년에는 29.7%까지 올라가게 된다.

즉, 지금 노동시장에 진입하였거나 앞으로 진입해야 할 청년세대(MZ세대)의 보험료 부담은 커지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늘어나게 된다는 의미다.

보험료 부담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에 진출하는 시기가 점점 늦춰짐에 따라 평균가입기간 감소로 미래 소득대체율도 높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청년세대에 대한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는 방안 마련도 필요한 상황이다. 2020년 취업포털 인크루트 분석 결과,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령은 2008년 27.3세, 2018년 30.9세, 2020년 31세로 노동시장 진출 시기는 점점 늦춰지고 있다.

최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집권 후 6년 만에 정년연장(62세→64세)과 최소 연금액 상한(최저임금의 75%→85%)을 인상하는 연금개혁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만들어진 개혁안이 아니기에 정부 야당과 노조 등 범국민적 반대에 부딪혀 파업과 대규모 시위에 몸살을 앓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 입법화 성공은 지지율을 따지지 않고 국가이익을 우선하는 자신의 신념과 재집권 초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은데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사례처럼 뚝심있는 결단력도 필요할 것이지만 아직까지 남아 있는 숙제는 여전히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 일 것이다.

영국은 2002년부터 장차관이 참여하는 지역 순회 토론회와 전국민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10년 간의 사회적 논의 과정을 거쳐 급여 적정성 강화와 수급연령 상향조정 등의 연금개혁을 달성했다.

두 나라의 사례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연금개혁 과정에서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청년세대와의 소통과 이를 통한 정부의 신뢰를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

벌써 다섯 번째 재정계산이 끝났다. 2007년 2차 연금개혁을 시행한 후 15년이 훌쩍 지난 것이다. 재정계산때마다 우리는 많은 논의와 논란을 거치며 여기까지 왔다. 이젠 그 수많은 논의와 논란에 어느 정도 결론을 내주어야 할 때가 아닐까?

기금 소진 문제는 이제 알 만큼 아는 문제다. 프랑스처럼 더 큰 사회적 비용을 가져오지 않기 위해, 영국처럼 사회갈등을 최소화하는 합의적 연금개혁을 위해, 이제 기금 소진 이슈에서 벗어나 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지금 국민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매우 절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