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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주논단/ 답답한 세상을 트롯 열풍으로 잊고 산다
이희탁  |  lht47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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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3.23  18: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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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의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이 뜻밖의 전국적 화제 속에서 2020년 5월 2일 종영된 직후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우승자 송가인을 비롯한 주요 입상자들이 총출동한 ‘미스트롯 전국투어 공연’의 대장정이 시작되어 동해시 어판장과 도계읍 탄광현장을 방영했었다.

TV조선은 정확히 10년 전에 당시 이명박 보수 정권이 탄생시킨 종합편성채널(‘종편’)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당시 야당과 진보 성향 지식인들의 반대에도 이를 무릅쓰고 종편을 위한 미디어 관련법을 관철시킨 이들의 정치적 의도가 10년 만에 어떻게 적중했는지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요즘같이 코로나19 때문에 집 안에서 생활해야 하는 이 마당에 최고의 작품들을 골라보는 시간대 음악 프로가 되었다.

미스터트롯을 통해 임영웅, 영탁, 이찬원 등을 배출하며 케이블 TV 어느 채널을 돌려도 하루종일 방영되고 있는 느낌을 주듯 정규 지상파방송을 제치고 있다.

이러다보니 지상파 방송국은 채널을 독자에게 빼앗기자 트로트 방송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KBS 2TV 트롯 전국체전은 각 도별 대표들을 선별하여 지명하는 방식으로 치루고 있으며 SBS는 트롯신이 떳다. MBC는 트로트의 민족, MBN은 보이스트롯을 방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보면 현역가수 보다 더 잘한다는 느낌을 주는 무명가수들 노래에 푹 빠질 때도 있다. 오디션 하나만을 기다려 온 무명가수들이 이 자리에 서려고 목이 터지도록 연습을 했을 거라고 필자는 글을 지어 본다.

오늘날의 젊은 세대들은 기술과 장인 정신에 대해 리스펙을 내보이는 일에 있어서 이전 세대들보다 편견이 없으며, 일찍이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나 홍진영의 ‘사랑의 배터리’처럼 신박한 제목과 가사, 흥겨운 리듬의 음악에 호응해 줄 준비가 되어 있다. ‘합정역 5번 출구’와 ‘사랑의 재개발’과 같은 히트곡을 통해 송가인 못 지않은 깜짝 트로트 스타로 부상한 유산슬은 이러한 세태를 자조적으로 풍자한다. 그것이 곧바로 트로트를 음악적 취향의 일부로 받아 들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흥이 돋아나는 노래보다 구슬픈 장르를 선곡하는게 유리하게 판정되는 사례도 보여준다.

2000년대 초 남북 화해 무드 속에서 남측에 북한 가수들의 노래가 단편적으로 소개되었을 때, ‘반갑습니다’란 노래가 트로트처럼 들린다고 평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한국인 전체의 음악 취향을 정확히 평균 낼 수 있다면 그 취향과 관련되는 음악이 어떤 장르일까... 그때나 지금이나 이 물음에 대한 답은 트로트다.

나훈아의 추석맞이 대국민 메시지나 재론이 필요 없는 그의 가창력은 새삼 감동적이었다. 그가 이번 음악회에 개런티를 받지 않고 출연하는 대신 가수의 공연권과 저작권에 대한 방송국의 권리 침해를 막겠다는 제스처를 보여주었다는 점에도 주목 할 필요가 있듯이, 방송국이나 매니저들의 횡포에 무명가수들이 서야 할 자리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방송국과 관계자들이나 소속 회사에서는 가수들의 자율성에 대한 좀 더 진지한 관심과 토론의 필요성을 시사 해 주면 우리의 트롯트가 다시 한번 인기를 독점하지 않을까란 생각까지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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