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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 좋던 날 우리 팔 남매 앞에 놓인 사과 세알, 어머니는 사과를 깎아 우리에게 나누어 주셨다. 더 먹고 싶어서 돌아서지 못할 때, 어머니는 사과를 담아 왔던 그릇을 들어 올리며 ‘이제 됐다’하시며 그 그릇을 들고 부엌으로 가셨다. 그날 부엌 앞을 지나다가 열린 부엌 문틈으로 보았다. 어머니가 사과껍질에 붙어있는 살을 칼로 저며서 입으로 가져가는 것을. 그러고도 그냥 지나쳤다. 커서 객지에서 살 때 어머니가 위급하다는 전보를 받고 급히 고향 집에 내려갔다. 어머니는 사과를 먹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사과를 사서 집에 들어섰을 때는 어머니는 다른 세상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 후 나는 사과나무가 되고 싶었다. 어머니가늘 다니시던 밭모퉁이에 사과나무로 서서 봄에는 꽃을 활짝 피어 ‘와 꽃이 곱다야’ 하며 환하게 웃으시게 하고 가을이면 ‘저것 봐라 사과가 많이도 달렸네’ 하면서 사과를 뚝 따서 한 입 깨물어 잡수시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지금도 나는 사과나무가 되고 싶다.
■ 김진광 시인·평론가의 해설
청계 박용섭 시인은 1950년 삼척 노곡면 주지리 산골 가난한 팔남매의 집안에서 태어나서 교육도 제대로 못 받았지만, 열심히 살면서 경기도 부천에서 서예가로 활동하다가, 『좋은 문학』에 늦깎이로 등단하였다. 근래에는 고향인 삼척 『두타문학』 월간 시낭송에도 작품을 내고, 연간지에도 작품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제1시집 『내 책상에는 옹이가 많다』(2017년), 2020년에 제2시집 『나는 사과나무가 되고 싶다』를 발간했다. 그 중 자신이 대표작이라고 보내온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시 한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소개한 「나는 사과나무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가 있는 산문시이다. 산문시는 서정시 형식인 간결한 이미지(심상)와 리듬과 압축성을 대부분 포기하고 내용을 중심으로 쓴 시의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도 고향과 어머니 떠올리게 하는 감동적인 그의 대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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