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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고추를 시골집 앞마당에서 말리는 장면은 추석날 방송되는 전형적인 가을 풍경의 하나이다. 파란 하늘에는 양떼구름이 떠있고, 땅에는 허수아비들이 오색줄 잡고 섰고, 참새들이 무리지어 날아오르는 누런 황금 들녘, 코스모스 한들거리고, 고추잠자리가 하늘을 유유히 날고 있을 때 기상대 직원들에게 가을을 알려주는 것도 고추다. 태양초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햇볕 때문이다.
계절을 이기는 날씨는 없다. 이제는 아무리 낮 최고기온이 높다고 하더라도 가을 날씨다. 여름 내내 온 나라에 영향을 주었던 북태평양고기압이 점차 수축되면서 우리나라가 그 영향권에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차가운 대륙성고기압이 채우는 게 겨울이다.
뜨거운 북태평양 고기압은 키가 큰 고기압이고, 반면에 차가운 대륙성 고기압은 키가 작은 고기압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하면서 우리나라 상공 공기의 키가 작아질 때가 기상청으로서는 일기예보하기 매우 어려운 때이다. 일기예보에도 여름에는 여름 패턴이 있고, 겨울에는 겨울 패턴이 있다. 그런데 봄과 가을은 여름과 겨울의 사이에서 이랬다 저랬다 예측하기 매우 어려운 변화를 보인다.
젊은이에게 봄은 겨우내 집안에 갇혀 있다가 산과 들로 나가는 때이다. 반면에 농부들은 가을은 풍성한 수확에 대한 기대와 일 년 농사를 망치는 기상재해에 대한 걱정이 교차하는 시기이다. 봄에 강수 예보가 안 맞으면 추억 만들기에 지장이 생긴다. 가을에 강수 예보가 안 맞으면 농작물 건조 등 농민의 생업에 큰 문제가 된다.
사람이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요 낭만이 있어야 한다고도 하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고도 한다. 봄이나 가을이나 기상대 직원들은 항상 진지하다. 태양초 말리는 분들, 건초를 널어놓으신 분들, 벼 베는 분들 모두 그날그날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사나흘 전부터 정확한 예보를 해드리고 싶지만, 현대 예보과학기술의 한계이다.
가을철 영동지방은 동풍이 불면 산 사면을 타고 상승한 공기로 뭉게구름이 발생한다.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기상현상은 예측이 어려운데, 이때 기상레이더 자료와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구름영상 자료를 분석하여 이용하면 강수 유무를 판단할 수 있으니 기상전화를 활용하면 좋겠다. 우리 모두 참된 결실을 많이 거두는 가을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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