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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쓰는 말 가운데 100년을 못 사는 인생 천 년을 걱정한다는 말을 쓴다.
그만큼 백 년이라는 시간은 인간수명의 한계선처럼 여겨져 왔던 셈이 아닌가 싶어서다.
그러나 이 금단의 선이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다. 어쩌면 그 견고해 보이던 둑이 이미 터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기도 하다. 예전 같으면 70세면 고희(古希)의 나이인데 요즘 농촌에선 노인 축에도 못 낀다고 하신다.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에 가면 잔심부름을 해야 할 군번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연세 많이 드신 어르신들이 계신다. 수명의 길고 짧음이 아니라 늘어난 삶을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시대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 시간의 흐름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막지 못한다. 그리고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잡아보겠다던 진시황은 불로장생약이라 믿은 수은에 중독돼 사망했다.
청춘의 푸르름과 비교할 때 노년의 잿빛은 더 도드라진다면 젊음이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늙음도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닌 건 분명하지만 노인들에게는 늘 가난하고 가족 부양으로 주머니가 텅 비어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그래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품격을 지키는 아름다운 황혼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필자를 찾아와 참아 꺼내 놓기 힘든 사연을 겨우 토해 놓으시는 어르신들이 계신다. 광부생할을 오랫동안 했어도 진폐 급수를 받지 못해 생활 능력이 힘들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급수를 받게 해 달라며 고해성사와 같은 고백을 꺼내신다. 어르신 말씀을 듣다 보면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슬프고 그 사연은 드라마처럼 흐른다.
직업병으로 얻은 급수는 훈장만큼 가치가 크다. 2010년 진폐법이 개정되면서 기초연금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노인들이 월 125여 만 원에서 150만 원의 연금으로 받는다는 건 생활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급수를 받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 가동시키고 있는 틈 사이에 유혹하는 그림자가 그늘지게 한다.
참으로 어안이 없는 말을 듣고 있었다. “노무사를 끼고 검진해 보세요”, “ 제가 잘 알고 있는 브로커가 있는데 소개시켜 드릴까요”. 그리고, 우리 “ 소속 단체에 오시면 급수를 받게 해주겠다” 는 등. 앞이 급한 어르신을 꼬드기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정말이지 기가 차다 못해 귀청이 기지개하며 하품하는 소리로 들리고 있어 내 귀 두 쪽을 막고 싶었다. 누가 누구를 위해 급수를 받아주겠다는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남의 급수를 받아주기 보다
내 급수부터 받아야지
급수를 받아주겠다는 사람이 심사위원인가 보다. 심사위원은 대학병원의 유능한 의사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어느 분이 심사위원인지 비밀로 짜여 있기에 심사위원마저 누가 누구인지도 모를 만큼 베일 속에 묻혀있는데 어떤 방법으로 급수를 받아주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도와주시려는 그 마음은 고맙지만 도움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기대했던 어르신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 가슴이 찢어지는 걸 알아야 한다.
2년 전 작고하신 무산 스님께서 남기신 법문이 떠오른다. 국가가 종교나 비영리단체에 세금을 면제해 준 것은 어려운 사람을 위해 헌신하라는 전제가 있었음에도 많은 종교인이 물욕을 보이는 요즘, 세태에 무산스님의 돈에 대한 설법과 행동은 대중들에게 적지 않은 울림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는 돈은 아지랑이 같은 거야, 잡으려고 하면 안 잡히고, 버릴 줄 알아야 들어와 자리 잡는 게 돈이라는 이 말씀에 눈이 번쩍 뜨여 원고지 옮겨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노무사와 그의 직원들이 병원과 가정집을 방문하면서 전직 광부들에게 폐쇄성 폐질환, 근골격계 질환, 소음성난청 등을 받아주겠다며 현혹시키고 있다고 한다. 정말이지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늙은 광부들의 삶을 더 이상 망가트리지 말았으면 한다. 낡은 아집과 욕심으로 지역사회를 부조리로 도배시키면 이 지역은 암흑으로 변해 지기 때문이다. 필자가 딱 한마디를 남긴다면... 남의 급수를 받아주기보다 내 급수나 받아 놓고 부조리를 저질렀으면 어떨까 란 말을 비웃음으로 두고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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