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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주논단/ 올 여름 상인들은 아름다움만 팔았으면...
이희탁 논설위원  |  lht47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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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31  14: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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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뻐꾸기가 먼 산에서 울어줄 때면, 탁 트인 들판의 청보리 밭에는 여름이 시작되는 찰라부터 곧이어 장마가 북상하여 제주도와 남해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푸르름이 넘실대는 초록의 대향연이 자연에서 펼쳐지고 여름휴가가 시작되었다.

현대용어로 말한다면 바캉스다, 젊음을 이글거리는 태양에 맡기고 넘실넘실 춤을 추며 밀려오는 파도를 타며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는 시간이 낭만에 젖는다.

우리지역 해수욕장은 전국에서도 10손가락 안에 들어가고 명성이 있는 망상과 맹방 해수욕장이 있다. 울창한 해송과 명사십리 모래톱 그리고 태양보다 더 붉게 핀다는 해당화 군락지가 피서객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기에 하기휴가 설문조사에서 60%가 강원도를 선호하였다고 한다. 강릉역까지 KTX 열차가 운행되고 제 2영동고속도로와 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부터 강원도를 찾아오는 길이 빨라졌기에 관광객이나 피서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인파는 몰려드는데 넉넉한 인심은 어디에다 두고 얄팍한 장사소관에만 눈이 멀어지고 있다.

고성산불 피해를 조금이라도 아픔을 함께하기 위해 속초시청에 들렸다 돌아오는 길에 이곳저곳을 두루 살피며 수산시장에도 들려보았다, 유명세란 브랜드 값이 있는 주문진에는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평일 날인데도 활어 횟 값이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니였지만, 허기를 면하기 위해 일행들은 비싼 가격이지만 맛있게 먹고 다시 묵호항에 도착하였다. 주문진보다 한가롭고 어촌의 풍경이 파란 창공에 너무나 곱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필자는 마치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천국으로 가는 길이 있다면 이런 길이 아닐까... 잠시 시간이 이렇게 멈추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보았다. 어판장을 둘러볼 때 눈에 쏘옥 들어오는 게 있었다. 아주머니에게 이 홍게와 사발문어 가격이 어느 정도 가느냐고 물었더니 생각보다 저렴하였다. 아내는 게를 즐기고 아이들은 문어 두루치기를 좋아해서 한 박스에 얼음 채워 택배로 보내고 차에 올라 탓을 때 마음이 편하고 잘 샀다는 마음과 우리지역 수산가격이 적당함을 알게 하였다.

머리에 쓰고 계시는 한 장의 수건도 무거워 보이시는 우리들의 어머님들께서 묵호항 주변 어달리를 지키시며 고객들 마음을 너그럽게 하시는데, 메뚜기도 오뉴월이 한 철이라는 속담을 우리지역에는 없었으면 한다. 망상에서부터 한국의 나폴리 장호까지 피서객들이 바다를 찾아오면 바가지로 상대한다면 우리지역 이미지는 날개 없는 욕설에 추락은 물론이고 또 한 번의 재난을 맞을 땐 동정이란 인심은 사라지게 되고 참기름 냄새가 난다고 빙정 될 것이다.

물만 마시는 자식에게 새까맣게 타버린 보리누룽지 주신 어머니

유행가에 보릿고개란 노래가 있다.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로 시작하는 노래가사를 듣다보면 부모님께서 월남하시며 숱한 고생길을 필자에게 들려준 아련함을 꺼내게 된다.

일제의 수탈에 헐벗음과 굶주림. 뒤이어진 6.25전쟁. 1950년대 우리민족의 뼛속까지 스며든 가난은 당연시되었으며, 그것을 보릿고개 라는 말로 대변해주고 있다. 보릿고개는 태산(泰山)보다 높다고 했다. 여기에는 우리 어머니들의 한(恨)과 설움이 맺혀 있다. 아침밥을 먹고 나면 점심걱정, 점심을 겨우 해결하면 또 저녁 걱정, 그리고 내일과 모레 아니 그것보다 더 한 매일 매일 끼니 걱정을 해야 했던 그 시대의 어머니들은 태산보다 높은 분이셨다.

세상이 어렵던 그 당시에도 바가지 장사 없이 자식들을 잘 키워오셨는데 모든 물류가 풍부하고 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 시대에 메뚜기 행세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필자를 동생처럼 여기시며 인간애를 나누고 계시는 지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내본다, 아침식사는 꽁보리밥, 무밥, 시래기 밥 등으로 연명하고, 점심은 고구마나 감자 등으로 때웠다고 하셨다, 이것마저도 없을 때는 물 한 바가지로 주린 배를 채우기도 했는데, 어느 날 어머니께서는 물만 마시는 자식을 보고 새까맣게 타버린 보리누룽지를 먹으라고 주셨다고 한다. 밥 지을 때 밑바닥에 있는 보리가 탄 숭늉은 감칠맛이 조금 있었지만, 보리누룽지는 퉁퉁 불어터져서 맛을 느낄 수 없었다는 추억담도 있는데 현대사회는 바가지 사이즈를 어떻게 두느냐에 초점을 두고 장사하는 것 같아 퉁퉁 불어터진 보리누룽지 보다 못한 시대상으로 느껴진다.

우리네 인생살이를 보면 때로는 시간이 아름다움을 만든다고 한다. 또한 시간이 해답을 안겨줄 거라고도 한다. 진정, 그때는 몰랐으나 이제는 알게 되었다. 시커멓게 타버린 보리누룽지는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우리를 건강하게 만들었고 그 속에는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과 눈물이 들어 있었다. 청보리밭 내음이 사라지고 태양이 작열하고 장마전선이 오락가락하는 요즘 먼 곳에 계신 어머니가 더욱 생각나기에 묵호항에서 친절과 미소로 사랑을 보내주신 할머니가 나의 어머님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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