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사태를 불러온 영동지방 대형 산불이 지나간 지 두 달째를 맞이한다. 순식간에 무려 3천여ha의 소중한 산림을 불태우고 연접지역의 주택을 비롯하여 도심지까지 그리고 동해의 아름다운 바닷가 캠핑장 일대를 온통 잿더미로 초토화시키고 말았다.

영동지역의 산불로 인한 피해는 이번뿐이 아니었다, 지난 2000년 동해안 산불, 특히, 2005년에는 천년고찰 낙산사가 안타깝게 화마에 소실되어 당시 우리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처럼 산불은 인적, 물적 피해는 물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까지 삼켜버리는 등 영동지역에서는 봄철 한식(寒食)을 전후하여 거의 매년 맞이하는 단골손님처럼 산불이 찾아 드는 셈이다.

오래전부터 속담처럼 전해 내려오는 『통고지설(通高之雪)과 양강지풍(襄江之風)은 일구지난설一口之難說)』이라고 했다. 오죽하면 이 바람을 하나의 입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한 것이겠는가. 이처럼 고질적인 자연현상이라도 우리 인간은 극복할 수 있도록 대안을 찾아야 했는데 아직까지도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그저 피해 복구에만 열중하고 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다.

엊그제 동해 망상지역 피해지를 둘러보고서 앞으로는 반드시 구체적인 시스템에 의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먼저, 가칭 『동해안 대형 산불 예방 10일 작전 계획』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가장 핵심은 집중적으로 강풍이 부는 시기 즉, 골든타임을 잘 찾아서 정하는 일이다. 금년에도 4월 4일에 발생한 것처럼 수년간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동해안에 강풍이 부는 기준 일은 한식(寒食)날인 4월 5일이 적당하리라고 생각한다. 이날을 전후하여 5일간씩 해서 10일 동안 전력 집중해 보자는 예방 계획이다.

유기적으로 공조체제를 이끌어야 할 관련기관은 행정안전부, 국방부, 산림청, 기상청, 소방청, 경찰청 그리고 영동지역 지자체다. 모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 부처별로 담당해야 할 역할에 대해 간략히 살펴본다면, 우선 기상청에서는 양강지풍이 부는 시기를 좀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산림청에서는 해당 기간 동안 물 수급 여건이 좋은 곳에 미리 대형헬기를 기동 배치해 놓아야 한다. 또한 국방부에서는 겨울철에 흔히 하는 혹한기 훈련이나 행군 등의 일정을 조정하여 이 기간에 실시할 수 있도록 하여 지자체별로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경계근무를 강화함으로써 초동대응 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어 놓아야 할 것이다.

해마다 단골손님처럼 찾아오는 동해안 대형 산불을 이겨 낼 수 있는 길은 해당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우선 작은 일에서부터 하나씩 시스템을 마련해 놓고, 당장 내년부터라도 시범적으로 운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단 2~3일 만에 무려 2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함께 여기에 입목(立木)에 대한 공익적 가치를 더한다면 어림잡아 1조 원도 넘는 직간접적 손실을 입었으리라 짐작이 된다.

이와 함께 임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내심 안타까운 마음이 강하게 드는 건 피해를 본 산주(山主)에게는 왜 입목(立木)에 대한 보상이 없냐는 것이다. 오랫동안 많은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는 있지만, 하루 빨리 산림보험제도가 마련되어 산주들에게도 그동안 산을 가꾸고 노력한데 대한 보상이 쥐어지는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유월 장마 시기가 오기 전에 피해지 응급복구도 중요하지만, 두 번 다시 이러한 재앙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부처가 함께 지혜를 모아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하여 양강지풍(襄江之風)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