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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주논단/ 웃기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나보다
이희탁 논설위원  |  lht47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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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31  13: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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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다.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싸고 국회에선 고성과 욕설, 회의장 봉쇄와 감금, 육탄전과 멱살잡이가 난무했다. 빠루(노루발못뽑이) 공방까지 펼쳐지면서 본질은 사라지고 가십거리만 넘쳐나는 걸 뉴스를 통해 시청하였다.

물리적인 대결 과정에서 빚어진 폭력의 책임을 물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상대를 검찰에 고발하고, 휴일에도 비상근무 태세를 유지하며 대치 국면을 이어나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식물국회가 물리력을 앞세운 동물국회로 변하는 막장드라마를 지켜보는 국민의 심사는 참담하다 못해 분노케 했다.

정치는 타협의 예술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민주당을 비롯한 4당은 이들 개혁 법안을 한국당과 협상을 통해 처리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했었다. 한국당 역시 의지만 있다면 자신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만큼 선거제 개혁 등의 협상에 진정성을 갖고 동참해야 했었다.

무엇보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추경 예산안 및 민생법안 처리가 시급한 만큼 극단적 대결에서 벗어나 국회의 조기 정상화부터 서둘러야 할 판에 서로의 길을 걷고 있으니 국민을 어떻게 보고 국회의사당을 비우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패스트트랙만이 최선은 아니고, 이번에 패스트트랙에 태운 법안들 역시 최선은 아니다. 패스트트랙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이지 최종적으로 날치기 통과시키자는 게 아니다. 앞으로 최장 330일 동안 협의를 해나가다가 아무런 결실이 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마지막 안전장치일 뿐이다.

공수처법만 해도 국회의원과 장,차관, 대통령 친인척이 기소 대상에서 빠지면서 애초 법안의 취지가 퇴색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여야 협의로 차근차근 법안을 다듬어가야 하는 이유다. 유권자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선거제 개혁도 협상할 의지만 있다면 한국당의 입장이 반영될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민생을 입에 달고 사는 국회의원들이 민생을 내팽개치면서 시급한 현안은 국회의 문턱에서 발목이 잡혀 있다. 미세먼지와 산불 피해복구, 청년 일자리 대책을 위한 6조 7000억 원 규모의 추가 경정 예산안이 제출됐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언제 통과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타이밍을 놓친다면 추경의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회의 정쟁 탓에 먼지만 쌓여가는 급한 민생, 경제 현안은 차고 넘쳐난다고 매스컴에서 보도해도 여, 야는 자기네 실속만 채워가고 있다.

한국당 잃을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보수층 결집

몸싸움을 막기 위해 도입된 패스트트랙을 막으려고 몸싸움을 벌이는 어처구니없는 혈투는 당장 그만둬야 한다. 국회선진화법은 2012년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주축이 돼 날치기와 물리적 저지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만든 법이 아니였는가! 한국당 의원들이 스크럼을 짠 채 드러눕고 광화문 장외집회에서 독재타도를 외치는 게 제1야당의 전투력을 높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국회 대치 사태가 장기화하면 할수록 한국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야당은 투쟁을 먹고 자란다는 말처럼 한국당은 잃을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보수층의 결집으로 힘을 모을 가능성마저 있다. 국회가 마비되면 그 부담은 오롯이 여당의 몫이 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힘도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사태의 해결 방법은 하나뿐이다. 여당이 한 발짝 물러서 한국당과 협상에 나서는 길이다. 투쟁에 물꼬가 트인 한국당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지 않는다면 내년 4월 총선까지 국회는 물론이고 정부도 아무런 일을 할 수 없다. 정치는 양보와 타협의 산물임을 떠올려야 한다. 여야는 감정의 앙금을 지우고 경제 문제로 고통 받는 국민을 생각해서라도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그리고 한국당은 명분 없는 극한투쟁을 그만두고 국회로 돌아오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야 한다. 민주당도 대결과 갈등만 부추길 게 아니라 한국당이 국회에 돌아올 수 있도록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이 여당의 아름다운 배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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