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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28년 전인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되면서 유행한 단어중 하나가 가불(假拂)이었다. 가불이란 노동시장에서 앞으로 받을 임금이나 품삯 중 일부 또는 전부를 미리 앞당겨 받는 것을 말하는데, 그만큼 생활이 어려운 지방의원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소위 황색돌풍에 의해 지방의회에 입성한 이들 중에는 제대로 된 학벌도 변변치 않을뿐더러 직업한번 없이 정당 주변을 맴돌았던 사람들이 많았다.
더욱이 당시 지방의원은 명예직에 불과했을 뿐 급여조차 없었기에 오직 남은 것은 깡다구로 봉사해 왔지만, 이달 13일 실시된 제2회 전국 동시조합장선거를 통해 도내에서 조합장 100명이 선출되었고 당선자들은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여 지역경제를 살리면서 농업, 수협, 산림, 축협조합원 소득증대에 효과를 나누어 줘야하는 임무를 가져다 주리고 본다.
당선자들은 임기 4년 동안 농.수.축.산림조합의 최고 CEO로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임직원 인사권과 사업집행권, 예산 재량권, 파산 신청권, 대출한도 조정, 농산물 판매, 복지사업 주관 등 거의 제왕적 권한을 가지고 맡은 업무로 돌입하게 된다.
다 똑같이 않겠지만 조합장이 받는 평균 연봉은 7000만원이 넘는다. 여기에 매달 집행하는 업무추진비 등을 합하면 억대에 달하며 규모가 큰 도시지역 조합장은 연봉이 2억 원을 웃돈다. 실제 서울의 한 단위농협 조합장은 지난해 업무추진비로만 3억 원을 넘게 사용해 물의를 빚기도 한 벼슬자리도 있었다.
농협법 제1조를 보면 농협의 설립목적은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있다. 하지만 우리 농업, 농촌의 현실을 보면 갈수록 암울한 실정이다. 지난해 농가 평균소득이 3824만원이라고 하지만 실제 농민들의 농업 소득은 1000만원을 밑돌고 있다. 반면 단위 농협 직원의 평균 연봉은 조합 규모에 따라 6000만원에서 많게는 7800만 원선에 달한다. 지난해 농협중앙회 직원의 평균 연봉은 9148만원이었다. 더욱이 농협중앙회에서 예치금 이자 정산금으로 매년 5000억 원 정도를 지역 농협에 환원하고 있다.
조합원의 농자재 구입비와 쌀 수매 지원 등에 쓰라고 지원했지만 이마저도 자체 수익으로 잡아 직원들 돈 잔치로 사용하는 조합도 수두룩하다. 이러니 농민을 위한 농협이냐, 직원을 위한 조합이냐는 말이 나온다. 이번에 새로 선출된 조합장은 그 예우와 권한에 합당한 책무를 다해야 한다. 지역의 경제 권력자로서 혜택만 누려서는 안 된다. 조합원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조합인의 삶의 질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조합원을 주인으로 섬기고,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서 진정 농민, 어업, 산림, 축산을 위한 조합, 조합원이 잘사는 조합으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 이제 조합이 편안히 앉아서 조합원을 상대로 금리 장사만 해서는 안 된다. 조합장부터 발로 뛰면서 어떤 소득증대 사업을 발굴하고 조합원들이 생산하는 농축수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유통체계 구축에 힘써야 한다. 또한 조합원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 조합원을 주인으로 섬기고 받드는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럴 때 조합원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고 조합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조합장이 맡은 업무와 활동들이 무조건 물고 뜯고 오만에 젖어 있어서는 아니 된다. 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야 행정사무감사, 예산심의 등 주요 사업을 원활하게 처리하고 운영이 순조롭게 이루어 질 것이다. 일부 목소리를 높일 때도 있겠지만 한번 쯤 좌중하고 대화하게 되면 그 조합은 꽃이 피고 열매가 오랫동안 매달려서 부를 축적시켜 줄 것이다. 또한 공적인 일에 사적 감정을 개입시키는 경우가 없지 않아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한 번 실수했다고 느껴지면 양심을 내리고 바로 용서를 구해야 한다. 심지어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는 조합장이 된다면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조합원들은 무관심한 듯해도 조합장이 4년 동안 어떤 마일리지를 쌓는지 예의주시 하고 있기에 선출 때 그 진 맛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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