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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주논단/ 추억을 꺼내 놓고 살아가는 이웃주민
이희탁 논설위원  |  lht47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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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08  16: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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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초등학교 시절 등굣길에 항상 동네 어귀에 삼삼오오 모여 씩씩하게 교가를 부르며 등교하던 모습을 무려 55여 년 만에 느껴보았다.

지난 10월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 동안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왁자지껄 행사에 참석하여 주민들과 함께 막걸리 잔을 앞에 놓고 세상사 이야기를 담아 안주로 마시면서 초등학생부터 중고생들까지 보여주는 장기자랑과 주민 노래자랑에 취한 시간에 내 자신을 모두 내려놓고 유년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며 소담스런 웃음과 박수로 가을단상에 수놓아 보았다. 

그 시절 선배, 친구, 후배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다시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심중이 굴뚝의 연기처럼 피어올랐고 이 좋은 세상을 살고 있음에도 고향으로 찾아오지 못하는 옛 친구들은 어느 하늘가에서 고향을 그리고 있을까!

중국의 당나라 시인 두보의 한별 시에 간운보월에 이런 글이 적혀 있다.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고향의 가족과 집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낮에는 구름을 쳐다보고 밤에는 달을 바라보면서 고향에 가고픈 심정을 실었다. 지금 고향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무엇이 다르겠냐는 뜻을 둔 글이 문득 스쳐 지났다.   

두고 온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즉 향수는 갈 수 없을 때 가장 짙어진다고 했다.

우리 강원남부지역 삼척과 동해는 한 지역 군 소재로 함께하였다가 도시의 발전으로 동해시, 삼척시로 구분되어 현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두 도시 출생은 똑같은 이유는 어촌과 농촌, 그리고 지하자원을 품고 있는 광산을 두고 있다는 게 삶의 현장이다. 

북평은 쌍용석회, 삼척은 동양석회, 하장은 은광, 도계는 석탄광산 가곡은 연화광산을 두어 많은 사람들이 지역발전에 힘쓰면서 삶의 터전에서 꿈을 키워온 고향을 두었다. 이런 사람들이 지역을 떠나 살면서부터 도시인으로 탈바꿈하고부터는 삼척, 북평, 묵호란 지명을 잊어버린 채 중년을 지나 이제는 노년의 여정에 서 있을 게다. 마음만 먹으면 KTX 열차든 고속버스든 불과 2~3 시간 내에 올 수 있음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지 못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들은 아마도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 내 가슴 속 깊은 곳까지 자리하는 추위와 같을 것이다. 

우리들의 首丘初心(수구초심)은 이러할진대, 고향 가는 길이 국토의 허리를 아프게 갈라놓은 철책에 막혀 있지도 않고, 수몰지역으로 둔 마을도 없는데 마치 실향민처럼 고향하늘만 바라보듯 잊고만 있다. 고향을 둔 실향민들은 가고파도 갈 수 없어 그리움의 깊이를 두지 않으려고 망향탑을 찾아가 고향을 보며 제를 지내기도 하는데 고향에 일가친척이 없어서 발길을 두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땐 내가 슬퍼지고 만다.

동등한 인간관계로 이웃사촌 되어 상부상조하는 도시 

노랗게 물들이는 신작로에 심어 둔 은행나무 길이나 미루나무가 가을바람에 흔들리며 반겨주는 언덕배기 정자에서 산천을 바라보면 곱게 물들어가는 삼라만상이 내 어릴 때 동화 속에서 이상의 나래를 펼쳐가던 옛 추억의 페이지에서 한 장 한 장 들추어보는 시간들은 아주 머시지고 가치 있는 힐링이 될 것인데 죽마고우들은 고향땅을 밟지 않는 게 이상하다.

고향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 것인가 보다~ 촌놈 소리 듣지 않으려고 고향마저 감추고 사는 사람은 없겠지, 고향은 그 어떤 것 하나도 요구하지 않고 바라지 않은 채 미래를 향해 흐르고 있는 곳이다.

고향 사람들은 타향에 사는 친지나 향우들을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상호 많은 소식을 주고받고는 있을 것이다. 고향의 발전과정이나 성공담, 또는 미담을 들려주면 어떤 생각으로 애향심을 들려줄까 ~  자랑스러운 경사가 있을 땐 미소를 짓겠지만 유명을 달리한 소식을 들을 땐 가장 슬프고 가슴시리고  아플 것이 분명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동해, 삼척을 고향으로 둔 사람들은 지위, 빈부, 연령, 학력 등 높낮음에 상관없이 동등한 인간관계로 이웃사촌이 되어 상부상조하고 유무상통하는 미덕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 작은 도시에서 살고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여 구름도 울고 넘는, 울고 넘는 저 산 아래 그 옛날 내가 살던 고향이 있었건만, 고향무정 유행가를 목 놓아 부르며  가을 정경을 떠올려본다. 

너른 들녘에 끝없이 펼쳐진 북평 황금빛 벼이삭, 달빛 아래 소금처럼 하얗게 물들어 전율을 느끼게 하는 하장 메밀꽃밭, 그리고 상사병에 걸려 빨갛게 달아오른 듯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지고 마는 영은사의 백일홍나무 등, 생각만 해도 기분이 상큼해진다.

황금빛 들녘의 넉넉함이 흥겨운 풍년가 가락에 실려 절로 어깨가 들썩이고, 상쾌한 가을바람에 떨어진 낙엽이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감촉을 느껴보는 죽서루 난간을 잡고 뺑창 아래 오십천을 내려다보면서 가을을 지피고 있는 내가 부럽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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