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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뉴스에 올 들어 첫 얼음이 관측되었다기에 베란더 문을 여는 순간 아닌 게 아니라 찬바람이 달려들어 벌써 겨울이 온 느낌을 받았다. 마치 내가 엊그제까지만 해도 파릇한 청년 광부였는데 이젠 지역에서 노인 대우를 받는 입장이고 쓸모없는 짓만 골라 처신한다는 빈축만 듣는 허수아비가 되었지만, 그래도 인간의 본능은 감성과 눈물이 늘 내 곁을 지켜주며 지역을 위해 더 분발하라는 명령은 내리고 있다.
금년 여름같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게 엇 그제 같았는데 강원산하는 단풍이 절정이고, 가을 들녘이 한층 깊게 무르익어가고 있다. 이미 추수를 마친 곳도 있지만, 최후를 기다리면서 마지막 뜨거운 황금빛을 쏟아내면서까지 속을 익히고 물결을 이루는 들녘의 순례 길은 참으로 눈부시고 장엄하다.
조만간 농부의 손길에 닿아 뿌리만 겨우 남긴 채 아름답게 스러져 갈 작물은 봄이 되면 농기계 쟁기에 의해 뒤덮여지고 흙 속에서 잠기게 될 것을 생각하니 자연의 이치나 사람의 운명도 다를 바 없다는 참 진리를 깨닫게 된다.
인간의 세상에는 한 시대의 풍자가 결실로 끝을 내고나면 냉혹하거나 가혹한 시련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가 보다.
지난 6.13 지방선거 때 포스파워 특혜의혹이 제기 되어 후보자를 비방하는 말이 지역에 춤을 추고 다닐 만큼 난무하여 유언비어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만 가졌는데, 이번 국회 국정감사 때 이철규의원이 꺼내 든 질의를 듣는 순간 이럴 수가 있을까 란 의혹에 눈을 띄지 못하고, 포스파워 관련 된 두 분의 답변을 기대했는데, 그것 또한 아리송한 수수께끼로 남겨 놓은 국감 장소였지만 지역에는 큰 인물을 배출해야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특히 도계살리기 투쟁위원회가 벌이고 있는 화력발전소 배정량 관련에도 담당 장관에게 질의하는 걸 보았을 때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척추논단을 통해 제 가슴에 감사함을 새겨 놓고 있다.
들녘은 과분한 결실을 탐하지 않는다. 정직한 노동만을 받아들이고, 노동의 대가를 정직하게 되돌려준다. 들녘의 세계에는 딱한 거짓과 약삭빠른 장인의 문화는 없다. 자기도취의 권세와 헛된 희망의 정치가 들어설 땅도 없지만 끝없는 경쟁의 늪에 빠뜨리는 가혹한 놀이를 즐기지도 않을뿐더러 들녘의 세계는 세상의 약한 모든 것들을 받아들여 자기 몫만큼 맘껏 살다 떠나면 아쉬움 없이 돌아설 줄도 안다.
지역을 위해 헌신하셨던 원로 인사들께 죄송함을
산업부 장관께서 도계투쟁을 알고 있다는 답변에 지역민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엄동은 다가오는데 투쟁의 해결은 보이지 않는다면 감산정책은 불을 보듯 빤한 사실로 시행될 것이고 지역은 공동의 늪으로 빠져들면 1만 여 인구가 천 단위로 내려갈 운명에 놓인다.
지역에 남아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지역을 지켜온 역전의 산업전사들이 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묵묵히 지켜오셨기에 탄광촌의 겨울은 아라리가 노래되어 울려 퍼지고 있음을 알아야 함에도 10월 3일 하늘이 열린다는 개천절 날 도계살리기 투쟁에서는 왕년의 스타들은 자리에도 없고 파릇한 풀뿌리만 용솟음치듯 바람에 나부껴 아쉬움이 지금도 잊어지지 않고 있다.
들녘의 사계절 중에서도 특히 겨울의 들녘을 좋아하는 필자다. 어린 것들을 제 속에 받아들여 한 해 내내 몸속에서 키워내어 세상 뭇사람들의 밥이 되고 살이 되고 영혼이 되면서도 정작 자신은 텅 빈 채 다시 세상의 차갑게 얼어붙은 것들을 다 끌어안고 녹이는 모습은 참으로 의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겨울 들녘을 지나칠 때마다 들녘의 자연을 매만지고 쓰다듬는다. 그 값진 산고와 긴 세월의 수고로움이 그지없이 몸 바쳤던 지역의 원로 분들 얼굴이 눈 속에 담겨 지나가는데 그냥 고맙습니다.란 인사만 남기면서 글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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