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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주논단/ 검은 눈물로 캐내는 붉은 희망
이희탁 논설위원  |  lht47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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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21  21: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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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든든한 벗이 돼주었던 연탄은 광부들이 캐는 석탄을 원료다, 연탄을 나르는 고달픔은 비교도 안 되는 일이 석탄을 캐는 일이다. 

막장은 지하 탄광에서 갱도가 닿는 마지막 채탄장을 이르는 말인데 어느 새 이 말이 인간이 이 세상에서 갈 수 있는 극한, 저지를 수 있는 악행의 극한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고 말았다.  그만큼 탄을 캐는 일이란 고된 육체노동이면서 죽음과 부상의 공포를 견뎌야 하는 어려운 일이다. 갱도가 무너지거나 갱내에서 불이 나는 등 각종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되는 광부가 부지기수였다. 

1950년 대한석탄공사가 생긴 이래 2017년까지 사망한 광부만 1,570여명, 부상자는 6만 여 명이 넘었다. 석탄산업이 아직 전성기였던 1987년 우리나라 산업 재해율은 1.6%였는데, 탄광 재해율은 15%였으니, 다른 노동자보다 광부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는 확률이 무려 10배나 높았다는 얘기다. 

게다가 평균 기온 30도, 습도 83%, 체감온도는 40도를 훌쩍 넘는 탄광의 작업환경은 그야말로 살인적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개발한 탄광의 실핏줄 같은 갱도를 다 잇는다면 그 길이는 무려 680여 km, 서울 부산 간 거리보다 200km나 길다고 본다. 현재 남아 있는 태백 장성과 삼척 도계, 전남 화순 탄광의 평균 갱도 깊이는 과연 몇 km나 되는지 모르겠으나, 최고 깊은 곳은 해저 500m에 이른다. 이렇게 아득한 어둠의 터널 속에서 광부들은 온 몸을 도구로 삼고, 검은 흑진주를 캐내어 가난한 나라를 일으켜 세우는 밑거름이 되어 대한민국을 경제대국으로 성장시켰는데 지금의 사정은 볼 폼 없는 헌 신발 취급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제 우리 곁을 떠나는 석탄과 연탄,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눈총도 받고, 더 이상 찾는 이도 그다지 없어 검은 입을 다물고 퇴장하는 패잔병 신세가 되고 있다. 가난하고 추웠던 어린 시절 그런대로 견딜만 했던 연탄은 시인들의 노래처럼 활활 타오르고 싶은 야무진 꿈도 꿀 수 있었으나 경제논리가 세상을 모두 지배하는 시대를 맞다보니 해마다 천억 원 이상의 적자를 내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고 한다.

올 연말이 되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광부들이 약 30여 명 예상과, 경동탄광마저 감산정책을 실시하면 모두 160여 명이 될 것 같다. 이렇게 되면 도계 지역경제는 무너질 수밖에 없고 공동화의 늪은 점점 깊어지게 된다. 

사는 게 좀 번지르르해졌다고 사람들의 어둠을 생각하지 않는다

법정스님이 주창하셨던 무소유는 한마디로 맑은 가난이었다. 많이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을 자제하고 여건에 자족할 줄 아는 삶이 필요하다고 설파하셨고, 연잎의 지혜라는 글에는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정신이 투영돼 있다. 빗방울이 연잎에 고이면 연잎은 한동안 물방울의 유동으로 일렁이다가 일정만큼 고이면 수정처럼 투명한 물을 미련 없이 쏟아버린다고 적었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어나지만 화중지군자(중국의 명화 연꽃)란 이미지로 사랑을 받는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석탄업계는 연꽃보다도 못하단 말인가. 

이상국 시인은  희망에 대하여 (사북에 가서) 이런 글을 적었다.
그렇게 많이 캐냈는데도 우리나라 땅속에 아직 무진장 묻혀 있는 석탄처럼 우리가 아무리 어려워도 희망을 다 써버린 때는 없었다. 그 불이 오랫동안 세상의 밤을 밝히고 나라의 등을 따뜻하게 해 주었는데 이제 사는 게 좀 번지르르해졌다고, 아무도 불 캐던 사람들의 어둠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섭섭해서 우리는 폐석더미에 모여 앉아 머리를 깎았다. 한 번 깎인 머리털이 그렇듯 더 숱 많고 억세게 자라라고 서로의 희망을 깎아 주었다. 우리가 아무리 퍼 써도 희망이 모자란 세상은 없었다.

저탄장으로 향하는 대형 트럭을 보면 지역민의 눈에는 피고름이 나는데 정부는 탈석탄 정책으로 한쪽 눈도 깜빡이지 않고 있으니 하늘에 계시는 하나님께서는 어떤 기도를 받고 광부의 눈에 희망을 보여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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