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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주논단/ 남자가 여자만 보면 늑대가 되는 이유는?
이희탁 논설위원  |  lht47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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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23  10: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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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과서에서 인성론을 배웠다면 성선설과 성악설의 중간쯤 되는 어떤 모한 주장은 없을까, 란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 착한 것도 아니고 악랄하지도 않다는 생각을 해 보면서 잠시 정상궤도에서 이탈한 바퀴처럼 물체를 분해시켜 본 감성도 있었다. 본래 사람의 타고난 성품은 정해져 있다는 게 인성론(人性論)이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은 태어날 때부터 착하다고 봤다. 하지만 이 착한 본성에 악(惡)이 생기는 것은 인간이 외물(外物)에 유혹되기 때문이라는 설명한 반면, 이에 비해 순자는 인간의 도덕성이 선천적이란 것을 부정했다. 사람의 성(性)은 악(惡)한 것이고, 선(善)은 인위적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오늘 이처럼 장황하게 인성론을 늘어놓는 것은 요즘 여기저기에서 곡성(哭聲)이 들려오고 하루가 멀다 하고 하도 끔찍한 대형사건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찜통더위가 오기 전 서울 상계동 수락산에서는 등산하던 60대 여성이 살해되었고, 강남의 화장실에서는 젊은 여성이 영문도 모른 채 살해됐다. 또한 강도 살인으로 잠정 결론이 났던 의정부 사패산 살인 사건의 범행 동기도 돈이 아닌 성폭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최근에는 교사가 제자 여고생에게 성폭행을 하여 재판을 받는 뉴스, 어금니 아빠가 저지른 사건 등, 날이 갈수록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몇 년 전 전남의 한 섬마을에서는 주민 3명이 20대 여교사를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으니, 범인 중에는 여교사가 근무하는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가 포함돼 있어 더욱 충격을 주었다. 외딴섬에 홀로 부임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여교사를 상대로 마치 태백산맥의 염상구처럼 더러운 성욕을 채웠다니,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추악한 것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이전에 아는 섬이라면 해당화 피고 지는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어쩌다 총각 선생님이 부임하면 마을 아가씨들은 소나기의 소년처럼 첫사랑에 설레고, 어찌어찌해 운 좋은 날 선생님과 마주하게 되면 수평선을 넘어가는 황혼같이 마음에 꽃이 피어 색시들은 선생님과 인연을 맺으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인 곳이 낭만의 섬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총각 선생은 순정을 바친 아가씨를 남겨 놓은 채 서울로 떠나고, 그런 사연이 노래로까지 만들어진 게 바로 60년대에 크게 히트했던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이 아니던가.

여자로 태어나 안심하고 마음 편히 갈 데 없는 세상

범행을 저지른 그들 역시 평소에는 멀쩡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평범한 가장이었을 텐데, 뭣이 중한지도 모른 채 한순간의 욕심을 못 이겨 인생을 그르치고 말았는데 무엇이 중요했을까. 아무래도 오늘을 사는 이 땅의 여성들은 젊든 늙든, 가슴 속에 늘 이런 말을 새기고 또 새겨야 할 것 같다. “남자들은 다 도둑놈들이여.” 예전에 딸 가진 부모들이 늘 강조했던 말이 아니였던가 싶다.

아직도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면 색안경을 끼고 당사자를 보는 시선이 만연해 있다. 행실이 반듯하지 못하거나 가해 남성을 도발하는 옷차림이나 행동을 해서 그런 일이 발생했을 거라는 왜곡된 시선이 주홍글씨처럼 피해자를 따라다닌다.   

현대를 살고 있는 여자들은 늘 무서움을 안고 있다. 여자로 태어나 안심하고 어디 한 군데 마음 편히 갈 데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 보면 매우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생리현상을 느껴도 그저 참아야 하고, 건강을 위한 등산은 애초 생각지도 말고, 힐링의 섬 여행 같은 건 아예 꿈꾸지 말아야 한다.

예전 같으면 그림자도 밟지 못했을 여선생님이 외딴 섬에서 무참하게 당한 사건과, 진주에서 어린 13세 남자 제자를 성욕에 채운 30대 여교사, 우리 마음속에 간직되고 있는 숱한 악령의 사건들이 이제는 우리 곁에서 떠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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