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도 때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작년에 비해 한 달 정도 빠른 5월 말에 전국적으로 폭염특보가 내려지면서 남부지역은 폭염주의보가 발효되기도 했었다. 폭염특보는 여름철 무더위로 인해 사람들이 받는 열적 스트레스를 지수화한 열지수와 최고기온을 사용하여 국민 건강 등에 미치는 영향 정도에 따라 주의보와 경보로 나누어 발표된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이고 일 최고열지수가 32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되고, 폭염경보는 일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이고 일 최고열지수가 41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각각 발표된다. 이처럼 폭염특보를 발표하는 것은 폭염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립기상연구소에서 최근 100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기상재해 중 폭염이 가장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켰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또한 세계보건기구(WHO)도 폭염과 같은 극한적 기후현상과 자연재해, 전염병과 온열질환 등을 기후변화에 따른 주요 건강 위험요인으로 제시하고 있다.그렇다면 폭염에 따른 건강피해는 어느 정도일까?

우리나라는 질병관리본부에서 2011년부터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등의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2013년도 자료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1,195명이 발생하였으며 이 중 남부지역이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고 뉴스는 타전했다.

그런 면에서 폭염에 따른 건강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줄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폭염특보가 자주 내려지고 온열질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 남부라고 하지만 우리 강원남부지역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폭염에 취약한 65세 이상의 노령자와 경제적 빈곤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 등을 중심으로 폭염 취약 지역을 파악하고, 이 지역을 중심으로 폭염에 따른 건강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도시행정 전반에서의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다음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무더위를 식혀 줄 수 있는 공원, 가로수, 분수 등과 같은 도시 속 오아시스를 폭염 취약 지역에 우선적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원이나 가로수와 같은 공원녹지는 그늘 제공이 풍부한 수종을 선택하여 심거나 다양한 형태의 숲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청주의 플라타너스, 진해와 하동의 벚꽃 터널이 관광객 유치

폭염은 단순히 무더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폭염 등 기상재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국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면서 많은 사회·경제적 손실로도 이어질 것이다. 무더운 여름 날씨로 너무나도 힘들어하는 우리 이웃의 어르신들을 잠시라도 시원한 나무 그늘 밑에서 땀을 식힐 수 있는 동네로 만들어 준다면 녹색의 도시로 변화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 보면서 며칠 안 남은 초복을 바라본다.

삼복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 있는 초복, 중복, 말복의 세 절기로 여름의 혹서를 대표한다. 이는 양(陽)이 극한 한더위에 음(陰)이 새로 일어나려다가 극성한 양에게 세 번 눌리어 항복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나 말복이 지나면 양은 차차 쇠(衰)해지고 음이 차차 힘을 얻게 되어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면 가로수는 볼 폼이 나지 않지만 수백 년 나이의 고목들이 터널을 이룬 파리나 유럽 여러 도시의 가로수 거리는 그나마 운치 있는 단장으로 입혀 준다.

청주의 관문인 플라타너스 터널 길을 지나면서 그 가로수를 지켜낸 이들의 위대한 승리를 생각게 한다. 무더운 도시라는 오명을 안고 있던 대구가 푸른 도시 가꾸기로 온도를 낮춘 것과 담 없는 건물들과 하나가 된 근린공원과 가로수길 등 도시의 그 숲을 걸어보면 놀라고 또 놀랄 수밖에 없다. 경주의 보문단지 가로수 길을 차로 달리면서 새삼스레 고도의 자연을 예찬하게 되고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길, 벚나무 아치로 도심 속의 숲을 가진 진해, 하동 등 가로수 터널을 가진 도시들을 지날 때마다 그 속에 사는 시민들이 달리 보여 진다.

삼척의 장미공원도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어 관광객이 찾아오지만 우리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마을마다 시원하게 보여 지는 가로수나무를 심는 것이 복지혜택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희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