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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주논단/ 가을은 어머니 옷깃만큼 그리움이다
이희탁 논설위원  |  lht47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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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4  13: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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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 꽃잎이 지는 여름 끝자락에 하루 해 일상을 채우다 보면 아침저녁으로 뽀송뽀송 살갗을 더듬는 음이온 향기가 스민 바람 되어 세포를 깨워 숨을 쉬게 한다. 

때론 어디선가 간간히 들려오는 매미들의 세레나데는 처량하게 들려오지만, 이별의 애달픔을 애처롭게 토해내면서 초저녁달에 발걸음을 띤 귀뚜라미가 가을 콧노래를 부르며 여름계절을 바꿔 놓는 지금이다.

계절의 변곡점에 설 때마다 이 세상 무엇 하나 영원한 것이 없다는 진리와 끝도 없이 순환을 거듭하는 자연이  참된 깨우침을 얻게 한다. 계절의 줄다리기는 보고 듣고 피부에 닿는 것들로 느껴지지만 어쩌면 마음으로부터 시작되고 불어가는 나이테만큼 연륜으로 색칠되어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밀려오고 밀려가노라면 현실은 나를 향해 기억 속 풍요로움에 행복을 담아준다.

 파스텔톤 삽화로 그려지는 추억 속 편린들이 순환 고리를 덧칠할 적마다 철 따라 새로움으로 묻어나는 채송화는 작은 앉은뱅이 꽃 되어 저 높은 하늘빛을 옴쏙 안고 뜰 안에서 계절을 키우고 햇볕의 파장은 그리움과 기다림을 선홍빛 칸나의 자태로 눈이 시릴 만큼 맑은 여름을 수놓아 준다.   

이렇게 오롯한 꽃들의 여름 잔치가 가을을 부르는 삽상한 바람꽃을 피울 수 있으리라. 이맘때면 어릴 적 어머니 옷깃에서 물씬 풍기던 메밀밭 향이 풋풋한 냄새로 그립게 한다. 

지금은 쉽게 사다만 먹는 메밀묵을 손수 맷돌에 갈아 찰지게도 쒀주셔서 양념장에 퐁당 적셔 먹던, 내 고향 집 넓은 마당 평상에서 가족들과 함께했던 가을 저녁은 넘을 수 없는 모성이다. 보고 싶은 어머니도 이제는 밤하늘별이 되어 반짝이고 우리의 해후는 가을밤 사모곡 선율 따라 내 안의 가을 서곡을 그리는 순례자가 되어 준다.  

여인의 손놀림 사이로 빠져오는 이 가을 

시인 이점이 쓴 산문을 보면, 어느 별 어느 자리에서 빛의 언어가 시를 쓸 때 찬바람이 꽃가지에 걸터앉고 고추잠자리가 맴도는 하늘가에 따살거리는 햇살이 분주한 여인의 손놀림 사이로 빠질 때면 가을은 여기저기서 달려오고 있다고 썼다. 계절의 성산을 쌓기 위한 가을맞이는 만물의 영장인 사람 또한 제 안의 결핍을 변형해야 하는 부단한 준비가 있듯이 파란 하늘 넓은 캔버스에 티 없는 소망 하나씩 흰 구름에 두둥실 띄워 보면 참 좋겠다. 

단단한 땅을 딛고 맘껏 뛰고 걸을 수 있는 땅에 지혜를 심을 수 있어서 좋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대지의 여신, 태초의 어머니 가이아가 전해지고 있는 땅은 어머니의 상징이며 넓고 깊은 지혜의 샘이다. 그리고 하늘과 땅 사이에 사는 우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00세를 사는 자신의 일상에서 반올림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것이다. 

천(天), 지(地), 인(人)의 합이 선(善)을 행하고 조화를 이룬다면 이 세상 넘지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가을 문턱에서 내 행복은 내가 가꿔야 내 것인 것을…

쉽고도 어려운 진리에 방점을 찍어 갈 때 내 삶의 주관자는 자신이기에 자연의 섭리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보람이고 행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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