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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청문회 도입은 신선했다. 그러나 정작 후보자는 망신주기 대회로 인식한다. 존경하던 인물도 난타당한 채 하루아침에 추락한다. 낙마한 후보자를 보면서 우리사회의 도덕적 잣대를 확인한다. 그러나 청문회 통과에 무난한 5순위 장관들이 탄생했던 경험을 외면하고 있다. 청문회 통과도 못하는 사람이 무슨 고위공직자 자격이 있는가. 옳은 지적이다. 그러나 청문회의 필요성과 지금의 청문회 잣대가 올바른가는 다른 문제다.
장관 인사청문회가 순조롭지 않았지만 정부개각은 1사람 외 단행되었다. 숱한 과거사를 꺼내면서 그렇기 때문에 장관이 될 수 없다고 말했으나 야당은 힘에 밀렸는지 아니면 그렇게 해도 된다는 엑션인지 모르지만 하얀수건을 덮고 청문회를 마쳤다. 이런 관점은 부분적으로는 타당하지만 부분적으로는 부당하다. 그 사람을 평가하려면 과거를 보는 것 뿐 아니라 현재 그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현 시대는 활발해지는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크게 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통계에서 여성의 삶을 보면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73.5%로 남학생(66.3%)보다 높게 나타났다. 2009년 남학생을 앞지른 이후 줄곧 그 같은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공무원 가운데 여성 비율이 44.6%로 절반에 육박한 가운데 여성 교원 비율은 59.6%로 이미 남성을 추월했다. 특히 지난해 외무고시 합격자 10명중 7명이 여성이었고 9급 공무원 합격자도 여성이 57.6%였다.
1998년 구례 출신 김강자 서울 남부서 방범과장이 총경으로 승진했다. 여성 최초의 총경 승진으로 당시 언론은 유리 천장을 깼다며 대서특필했다. 1970년 광주 광산서에서 순경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한 김 총경은 미아리 텍사스 집장촌 단속으로 미아리 포청천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으나 반면, 서방 최초 여성 국방장관은 또 1990년 핀란드에서 나왔다. 그 해 6월 엘리자베스 벤 국방장관이 성경책 위에 오른쪽 두 손가락을 올린 채 취임선서를 하는 모습은 자못 엄숙하고 진지했다.
동양에선 단연 일본이다. 코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작은 연못의 백합꽃)가 시적인 이름과는 달리 거창한 방위상(국방장관)에 오른 건 2007년이었고 작년 8월엔 도쿄지사가 된 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조각을 마친 문재인 정부는 18명의 장관 중 4명을 여성으로 임명한 것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첫 여성 외교 수장이자 비고시 출신 최초라는 기록을 세웠고 처절하게 유리 천장을 깬 경력이 있는 피우진 보훈처장은 단연 화제가 됐다. 피 처장은 군 복무 중 유방암 수술을 이유로 퇴역 명령을 받았지만 소송을 통해 여성에게 불리한 군 복무 규정 개정을 이끌어 냈으나 청문회는 후보자의 과거에 대해 현재의 잣대로 호통치고, 망신을 주기 위해 TV를 생중계하는 건 아니다.
유연한 여성을 국방장관 후보에도 임명했더라면
대통령은 여성 외교장관 강경화만 여-야-청의 강경화(强硬化) 대립 끝에 임명할 게 아니라 남성보다야 녹록하고 유연한 여성을 국방장관 후보에도 임명했더라면 좋았다는 생각을 나름대로 해본다. 무엇보다 북한에 유화적이면 긴장완화에 좋고 문재인과 이름 이니셜(MJI)도 똑같은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와도 호흡을 척척 맞춰가며 북한 핵 미사일 문제도 풀어갈 거 아닌가해서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직 중 인사청문회 대상은 52명이다.
이 중 반드시 국회 동의가 필요한 고위직은 국무총리,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대법관(13인) 등 17명이다. 또 인사청문 대상이지만 국회 동의 필요 없이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서 임명할 수 있는 고위직은 국무위원 17인, 국가정보원장, 국세청장, 검찰총장, 경찰총장, 방송통신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국가인권위원장, 합동참모의장, 한국은행총재, 특별감찰관, 한국방송공사사장, 대통령 지명 헌법재판관 3인, 대통령 지명 중앙선거관리위원 3인 등 35명이다. 하지만, 이러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정책 능력과 국가관보다 흠집 내기식 신상 털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물론, 고위직 인사의 부정부패가 만연해 국민의 불신이 큰 만큼 고위직 후보자의 과거 이력은 물론 부인과 자녀 문제까지도 도덕성과 관련된 문제라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청문회의 꽃인 후보자의 능력과 비전의 검증은 갈수록 실종되고, 과거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과 당면한 주요 정책들을 이끌어 갈수 있는 인물인가를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직도 국회청문회 준비나 채택을 기다리고 있는 일부 후보자도 청문회장 비판에 귀를 기우리면서 만전을 기해주면 좋겠다.
하지만 고위직 여성 비율은 여전히 남성에 못 미친다. 여성 교장은 9.9%에 불과하고 4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도 10.6% 수준이다. 그러니 유리 천장을 뚫은 여성들이 화제를 모을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