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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살고 있는 암자골 뒤편 산자락은 유일한 나의 산책로다. 숲을 향해 걷다보면 깊이 우거진 숲을 지나가게 되고 그 길에서 발걸음을 잠시 멈춰 세우고 내 신발 끝을 내려다보면 손톱보다도 더 작은 잎이 햇볕을 쬐고 있는 것을 보고 두 눈을 확 떠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잎을 따라 주변을 둘러보니 키가 크고, 잎이 넓은 들풀들이 햇볕을 비켜서서 작은 잎들에게 생명 같은 빛을 돌려주고 키워내는 것을 보고 자연의 이치와 경이로움을 감탄케 했다.
손가락의 한 마디 만큼도 안 되는 풀들이 햇볕을 쬐고 있는 모습은 더 없이 사랑스러워 손바닥으로 포근하게 덮어 주고 싶다. 잎이 크다 하여 하늘을 가릴 수 없는 법이고, 또한 나무의 키가 크다 하여 하늘을 잡고 잎을 유지하는 건 아니지만 나뭇잎은 우리에게 전해주는 상큼함은 건강을 유지시켜주면서 부부의 사랑마저 돈독케 한다. 가느다란 풀 잎 하나들이 서로 엉켜서 비스듬히 내려져 있는 줄기를 잡고 내리막길 손잡이로 써 봐도 작은 생명력이 지니고 있는 강인함은 가을 잎이 떨어지는 그 날까지는 우리와 함께 할 것이고 희생이라는 양보로 자연으로 되돌아가지만 우리 인간에게 훌륭한 지혜를 주는 스승과도 같다고 본다.
조선 초 청백리(淸白吏)의 상징이었던 맹사성은 궁궐에 드나들 때에도 말 대신 소를 타고 허름한 집에서 살았다 그러나 초년의 그의 행적을 보면 그러지도 않았나 봅니다. 열아홉의 어린 나이에 장원 급제를 하여 스무 살에 경기도 파주 군수가 되니 맹사성은 자만심도 급제만큼 컸다고 본다. 어느 날 그가 무명 선사를 찾아가 물었다. 스님이 생각하기에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내가 최고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무명 선사가 대답하기를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라고 말하였다
그런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먼 길을 온 내게 해 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십니까.....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습니다. 그러자 무명 선사가 차나 한 잔 하고 가라며 붙잡았다. 그는 못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는데, 스님은 찻물이 넘치는데도 그의 찻잔에 찻물을 따르고 있었다.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망치고 있습니다 라고 소리치며 도대체 왜 이러십니까 라며 큰 소리를 쳤다.
하지만, 스님은 태연하게 계속 찻잔이 넘치도록 다관의 차를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는 잔뜩 화가 나 있는 맹사성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씀하신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스님의 이 한마디에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린 맹사성은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붉어졌고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다가 그만 문설주에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 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씀하신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법이 없는 데 어찌 고개마저 숙이지 못 하십니까 라고...
남이 너희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주어라
세상을 살다 보면 상대와 부딪쳐 시비이해(是非利害)를 가릴 일이 많이 생길 것이다. 그때마다 내가 먼저 고개를 숙이고 겸손을 앞장세워 양보하면 내가 지는 것 같아 보이지만 상대는 결국은 자신이 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부드러움은 언제나 강함을 이기는 이치이고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하는 게 순리가 되듯이 내가 먼저 고개를 숙이면 부딪힘도 없고 재앙도 피해 가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어떤 면으로 보나 선진사회에로 진입하고 있다. 이 선진사회의 빼놓을 수 없는 덕목 중에 하나는 타인에 대한 배려이나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아닌가 싶다.
내가 행하는 자그마한 1mm의 배려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세상변화의 신호탄이고 시작이 실현하는 것이기에 배려는 아주 간단한 씨앗이 아닐 수 없다, 즉 내가 받아서 싫은 것을 굳이 남에게 줄 필요가 없다고는 하지만 성경말씀처럼 “남이 너희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주어라” (마태 6, 12)
우리가 결과를 알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이 세상에 몇 가지나 될까. 세상살이를 통해 얻게 되는 경험이 간혹 어두운 부분일지라도 더 나은 삶으로 가는 계단이라 생각하고 실천했으면 한다.
비록 내가 뿌리는 씨앗이 열매를 맺을지 잘은 모르지만 씨를 뿌리는 일 자체가 아름다운 일이라 믿고 정성껏 씨를 뿌리는 사람은 늘 행복함으로 내일을 맞을 것이다. 바닷물이 3%의 염도로 썩지 않듯 대통령은 그동안 서로 다른 곳에서 뿌린 씨앗들을 하나 둘 모아 정국을 운영하려고 청문회에 내세워 놓고 목이 긴 사슴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현장 곳곳에 양보와 함께 자신의 몸을 낮추며 답변하는 장관들의 참모습은 보름달처럼 휘영청 밝아질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