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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호성 이사부기념사업회장 |
공자를 태두로 하는 유교의 인(仁) 사상과 맹자의 <공손추 상편>에 나오는 사단의 측은지심 등은 서양의 정치철학과도 그 정신을 같이 한다. 그 옛날 공자와 맹자, 순자, 노자 등 동양의 선현들이 그 시대를 직관하고 통찰한 사색의 결과들이 어쩌면 서양의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현자들이 제시했던 생각과 여러 면에서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양의 정치철학에서 정의를 보는 시각은 크게 보아 세 가지의 각도를 갖고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마이클 샌델의 견해에 따르면, 우리가 어떤 행위나 정책 등이 과연 정의로운가를 평가할 때 세 가지 기준(잣대)을 갖다 댄다. 그것은 바로 1) 복지의 극대화(공리주의, 벤담과 밀), 2) 자유와 인권,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 존중 확대(자유주의, 칸트와 롤스), 그리고 3) 미덕의 배양(미덕론, 아리스토텔레스) 등이다.
먼저 인은 사랑의 마음이다. 공자의 학문을 정리하고 체계화한 맹자의 민본정신은 바로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온 나라 정치지도자의 기본덕목임을 한마디로 정리해 주고 있다. 인(仁)은 자기 한 몸을 넘어 자신의 세계를 확장시키는데 작용하는 덕이다. 즉 타인에게로 퍼져가는 나의 관심과 사랑이다. 맹자는 측은지심(惻隱之心) 혹은 불인지심(不忍之心)이 인의 단서라고 말한다.
사회에서 가장 약자에 속하는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경우에만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이 용인될 수 있다고 하는 롤스 정의론의 이른바 ‘차등의 원칙’은 바로 맹자의 ‘측은지심’과 닿아 있고, 이는 백성에 대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동정심이다. 이는 인간의 개성과 인권,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 존중이라는 서양의 자유주의 정신은 물론, 우리가 사는 공동체를 보다 건강하게 하려고 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미덕론’과도 또한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성인(지도자)의 정치는 그의 마음은 비우고 백성의 배는 채워주는 것(虛其心 實其腹)이라고 하였다. 이 또한 민초를 모든 정치의 바탕에 두고 측은지심을 실천하게 하는 철학인 인(仁)의 정신에 그 기본을 두는 것이다. 백성의 주린 배를 채워주려고 했고 국민의 복지와 풍요를 극대화하려고 했던 서양의 ‘공리주의 정신’ 역시 - 비록 개인의 자유와 인간 존엄성의 무시, 그리고 수단과 방법이 어떠하든 결과만을 중시하는 중대한 오류가 있긴 하나 – 동양의 민본정신, 즉 백성은 곧 하늘이라고 생각했던 동양 성인들의 정신과 그 의미하는 바가 다르지 않다고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