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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11일 법정스님이 우리 곁을 떠나가신 날이다. 스님은 불자에게는 출가자의 사표(師表)가 되셨고, 세인들에게는 욕망의 무게를 들어주는 스승이셨다. 화려한 상여도 현란한 수식어의 영결식도 없이 입던 옷 그대로 스님 말씀처럼 시간과 공간을 버리셨다. 다비식 후 식지도 않은 재를 헤집으며 사리를 찾아 사람을 끌어 모으는 이벤트도 생략하시고 대중들의 가슴속에 말씀과 성찰의 사리를 남기고 가셨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진정한 내려놓음에서 완성된다고 말한 그대로 스님은 비움으로써 진정 아름다운 생을 마무리하셨다.
고통도 즐거움도 영원하지 않음을 보여주셨다고 생각해 본다. 우리가 고통에 집착하면 더 큰 고통을 수반하게 되고, 또 즐거움에 집착하면 그 속에 고통의 싹이 움트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인생지사 새옹지마에서 빚어지는 게 아니가 싶다.
무등산 원효사 주지 현지스님께서 칼럼으로 내 놓은 글에는 천년바위란 유행가가 나에게는 도의 초입에 들어가는 초지 보살의 게송 같다고 밝히셨다. 동녘 저편에 먼동이 트면 철새처럼 떠나리라… 생은 무엇인가요. 삶은 무엇인가요, 부질없는 욕심으로 살아야만 하나…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일은 생과 사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인생을 모르는 범부는 양귀비 같은 미녀와 고대광실 부귀로써 매일 밤을 함께하더라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며 이것은 영혼의 고향을 떠나온 지 오래되어 고향을 잃어버리고 헤매기 때문이라는 것이며,
법정스님께서는 우리가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이라고 말씀하시었다 그러면서 작은 것과 적은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는 진리 속, 작은 것과 적은 것 속에 아름다움과 고마움이 함께 깃들어 있는 것도 잊지 말라고 덧 붙혀 주신 참 진리라고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무소유일까! 법정 스님을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을 쓰게 된다고 하신 범어 때문일까.
법정 스님이 강조한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말라는 게 아니다. 다만, 지나친 탐욕을 버리라는 가르침이다. 자신의 능력이나 재질, 특기로 감당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라는 것이다. 분수에 맞지 않는 부나 자리를 탐하지 말라는 것이다. 돈으로 자리를 사거나, 자리로 돈을 취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한, 돈이나 자리로 안 되는 것을 억지로 되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 널린 부정부패나 비리, 갈등은 모두 분수를 넘어 많은 것, 큰 것을 추구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 아닐까?
이해인 수녀님께
수녀님, 광안리 바닷가의 그 모래톱이 내 기억의 바다에 조촐히 자리 잡았습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재난들로 속상해하던 수녀님의 그늘진 속들이 떠오릅니다. 사람의, 더구나 수도자의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만 한다면 자기도취에 빠지기 쉬울 것입니다.
수녀님, 예수님이 당한 수난에 비한다면 오늘 우리들이 겪는 일은 조그만 모래알에 미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옛 성인들은 오늘 우리들에게 큰 위로요 희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분 안에서 위로와 희망을 누리실 줄 믿습니다. 이번 길에 수녀원에서 하루 쉬면서 아침미사에 참례할 수 있었던 일을 무엇보다 뜻 깊게 생각합니다. 그 동네의 질서와 고요가 내 속 뜰에까지 울려 왔습니다. 수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올바른 정신을 가진 자에게 민심이 쏠리는 건 당연지사
이 편지 내용에도 수도자가 가야하는 길이 어렵고 험난함을 강조하셨다. 즉, 자기도취에 빠져서는 아니 된다고 하셨듯이 법정스님은 불교 조계종단의 고위 직책이나 그 흔한 주지 자리 하나 맡지 않았지만 불교계를 상징하는 큰 어른으로 통했다.
속세와 거리를 둔 삶을 살았지만 늘 사바세계의 대중과 함께 교감하며, 불가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다른 종교들과도 벽이 없이 소통했다.
법정스님은 1997년 12월14일 서울 성북구에 소재한 길상사 창건 법회에서 이렇게 법문 하셨다. ‘길상사가 가난한 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요즘은 어떤 절이나 교회를 물을 것 없이 신앙인의 분수를 망각한 채 호사스럽게 치장하고 흥청거리는 것이 이 시대의 유행처럼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풍요 속에서는 사람이 병들기 쉽지만 맑은 가난은 우리에게 마음의 평화를 이루게 하고 올바른 정신을 지니게 합니다.’란 법문은 즉 곳곳마다 동양최대 세계최대의 불사와 서울 강남의 모 교회가 수천억짜리 성전을 짓기 위해 논란이 되고 있는 현실을 비춰 볼 때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그 한마디는 향기로우면서 오랫동안 머무는 솔잎 같기도 하다.
자연 앞에 아주 연약한 우리 인간들의 욕심은 무한대의 도전을 향해 싹을 돋아내고 있다. 욕심이 과하면 실수를 범하게 된다는 선인들의 말씀도 있듯이 내가 아니면 모든 것이 안 된다는 사고방식은 착각이자 망언에 가깝다.
6·4 지방선거를 대비하여 예비후보자들이 서민들과 접촉하면서 혹여 말실수는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한마디 해본다.
아직도 검증된 예비후보는 단 한사람도 없다, 내가 적임자라고 내 세우는 건 시민이 판단할 토표용지에 있는데 벌써부터 김칫국물을 마신다면 오뉴월 날씨에 쉬지는 않을까 란 생각이 필자의 입안에서 벌써부터 신맛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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