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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주논단/ 승정원 기록과 대통령 기록물
이희탁  |  lht47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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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2  10: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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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사관 2명이 동행해 임금의 좌우에 앉았다. 우사(右史)는 임금의 대화를, 좌사(左史)는 임금의 움직임과 표정까지 낱낱이 기록했다.

조선왕조실록은 태조부터 철종까지 472년간의 기록으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요즘으로 치면 대통령 비서실에 해당하는 승정원에서는 임금께 올리거나 임금이 내린 문서, 임금과 관원들이 나눈 대화를 모아 실록보다 더 방대한 승정원일기를 작성했다. 정조 때부터는 임금의 동정과 국정을 기록한 일기인 일성록을 편찬했다.

임금과 관련된 국가 차원의 기록만 해도 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이 있으며, 임금이 죽으면 실록청이라는 임시 편찬기구를 만들어 재위 기간에 만들어 둔 사초를 모아 방대한 분량의 실록을 만들었기에 기록에 있어 조선 왕조를 능가할 시대는 거의 없다.

조선이 끝나고 대한민국이 들어선 후 대통령기록물 관리는 조선시대보다 오히려 후퇴했다. 2007년 법률로 기록물의 보존과 관리를 규정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관리가 안 됐다. 전두환은 아이러니하게도 기록을 가장 중시한 대통령이었기에 통치사료비서관을 신설해 자신을 포함해 3명 이상이 모인 자리에는 반드시 배석시켜 꼼꼼하게 기록하게 한 장본인이다.

대통령기록물은 열람 공개단계에 따라 일반, 비밀, 지정기록물로 구분되는데 일반기록물은 아무런 제약 없이 일반인 열람이 가능한 등급이며, 비밀기록물은 차기 대통령ㆍ국무총리ㆍ각 부처 장관 등 비밀취급 인가권자의 열람이 가능한 등급이다. 그리고 지정기록물은 해당 기록물을 생산한 대통령만 최대 30년간 열람이 가능한데 다른 사람이 열람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나 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 보호기간이 종료되면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재분류하는 게 원칙이나 사안에 따라 비공개를 유지할 수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물 관리를 놓고 갈등이 일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물 이관 작업이 시작된 가운데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 측이 14일 박 전 대통령의 집권 1~3년차에 생산된 기록물 현황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최순실 국정 농단 수사를 위해서는 대통령 기록물 확보가 관건인데 핵심 기록 열람을 못하도록 봉인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록물 지정권자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신뢰 부족도 한 몫 하지만 공정한 관리만이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일기에 “권력은 칼”이라고 쓴 바 있다. 권력의 위세와 두려움, 그 양면성을 일찍이 깨우치고 있었다. 그런 그녀도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이 덮치자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역시 다시는 나같이 불행한 군인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는 어록을 남겼다. 그 역시 대통령 자리에 상당한 중압감을 가지고 있었기는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헌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헌법의 정신은 우리 모두의 것

헌법재판소는 이정미 재판관이 했던 헤어롤을 역사 유물로 보관하겠다고 한다. 그것도 참 좋은 기록이 될 것 같다. 앞으로 3월 10일을 헌법 수호의 날로 정하고 광장에서 모두 헤어롤 두 개를 머리에 마는 상징적 행사와 대를 이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들 딸이나 아들에게, 또는 손주들에게 우리 헌법을 지키게 한 역사를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가 한 일이였다고 가르쳐 줘야 한다. 헌법을 지키는 게 그렇게 중요하단다. 헌법의 정신은 우리 모두의 것이란다. 선조들은 그렇게 명예롭게 헌법의 정신을 지켰단다, 하면서, 판결문까지 읽어주면 대한민국은 정말 올 곧은 정책과 방향으로 진보해 갈 것이다.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 결정에는 세월호 참사 관련하여 피청구인은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헌법상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하였고, 다만 그러한 사유만으로는 파면 사유를 구성하기 어렵다는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의 보충의견이 있습니다.

또한, 이 사건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하여 파면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재판관 안창호의 보충의견이 있습니다. 이것으로 선고를 마칩니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에서 현직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이 기록도 대통령 기록물에 담겨지면 좋겠다는 필자의 생각이다.

우리 마음에 남아 있는 잔재를 시원하게 도려내지 못한다면 “구악”은 언제든 마각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부패한 권력과 정실의 맛은 달콤하기 그지없다. 한 번 혀로 느끼면 쉬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치명적인 그 맛. 한 번 즐길 때 마다 꼭 그만큼 썩어 간다고 생각하면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마는 박 전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한없이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를 그는 어쩌면 가장 불행한 대통령으로 기록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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