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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가 자욱한 이른 아침부터 봄을 실어 나르는 가랑비와 진눈개비가 영동남부지방을 적시고 있었지만 겨우내 심심찮게 내리던 눈도 어느덧 사라지고 매섭게 몰아치던 바람도 슬며시 꼬리를 감춘 듯싶다. 올 겨울은 이상할 만큼 춥지 않았고 많은 눈도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거센 눈보라 속에서도 푸른 옷을 끈질기게 벗지 않던 소나무들도 이제는 짓누르던 눈덩이를 털어내며 참아왔던 한숨을 내쉬면서 다가오는 봄을 향해 따뜻한 미소까지 짓고 있다.
그리고 골짜기를 덮고 있던 얼음이 봄을 부르는 빗줄기에 서둘러 녹아내리고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개구리들도 봄비를 맞으며 환호하고 있다.
그래서 그러한지 이번 겨울이 포근하게 내리는 봄비를 만나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난 후 곧바로 앞에 보이는 오동나무는 앙상한 가지에 생기를 불어 넣고 세차게 불어주는 봄바람에 파릇파릇한 새싹을 돋아내고 있다.
참새 떼가 재잘거리는 죽서루 대나무 숲에서 무겁게 덮고 있던 낙엽을 제치며 의연하게 솟아올라 봄을 시새우는 꽃샘추위에도 씩씩하게 꽃망울을 터뜨리며 활짝 웃고 있는 매화꽃을 만나러 동해시로 간다. 기나긴 겨울밤을 애꿎은 담뱃대만 만지작거리던 백발 할머니도 처마를 두드리는 봄비 오는 소리에 휘우뚱 일어나 다락 속에서 상추 씨 쑥갓 씨를 꺼내 호호 불며 마른 껍질을 날릴 쯤, 봄비가 부풀어 오른 서릿발을 조용히 잠재우면서 황량했던 들판에 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하늘만 쳐다보면서 수심이 가득했던 농부는 싱글벙글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농부는 못내 갈망하던 비를 맞으면서 경운기에 거름을 가득 싣고 들로 나가며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즐거워 흥얼거린다. 내려라~~ 봄비야 주룩주룩 내려라. 얼씨구나, 올해도 풍년이 되어라. 그러면서 아들놈보고 괜히 더 큰 소리로 호통 친다.
이놈아! 삽도 한 자루 더 가져와라, 물꼬 다시 손봐야 한다. 봄갈이 시작하는 농기구도 덩달아 신이 난다. 새참 바구니를 머리 위에 얹고 서방님을 찾아 나서는 뺑덕어멈의 발걸음도 마냥 가벼운 것을 그 누가 어찌하랴. 졸래졸래 뒤따르던 뺑덕 아이마저 마저 봄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그만 밭두렁에 쪼그리고 앉아 쑥을 캐내고 있다.
아! 계절의 여왕이라는 봄이 정말 다시 왔다. 세상 사람들아, 이제 지나간 궂은일들은 모두 훌훌 털어 버리고 두 팔을 크게 벌려 새봄을 맞으면서 촛불과 태극기 시위로 얼룩지게 하였던 이 나라를 안정시키면서 더불어 희망찬 내일을 설계해 보자꾸나.
다가오는 5.9 대선을 기약하면서 다시 뛰어야 한다
인류의 거대한 시작은 첫 걸음이었고 첫사랑이 모든 사랑의 첫째였듯 첫걸음은 나를 일깨우는 첫걸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먼 미래를 생각하기엔 우리의 목숨은 유한하고 마음은 작은 것이라고 했다. 걷다 보면 생경(生硬)한 자연파괴 앞에서 발이 멈추게 되고 가벼운 탄식과 도발에 한 시대의 공과가 그대로 다음 세대에게 문화적 유산으로 남겨지게 된다. 삶은 연속되어 우리 나름의 업적으로 한편에 쌓여지는 것이다. 다가올 여름을 위해 봄꽃은 가볍게 피었다가 지듯이 우리들 가슴에 얼룩져 있는 감정들을 한 발짝 양보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대한민국을 다시 이끌어 갈 대통령을 선출하는 5.9 대선을 앞두고 있다.
한 표를 부탁하는 정당의 후보자를 TV나 유세장에서 만나게 되지만 박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국민들은 아픔을 딛고 새로운 후보자를 선택할 것이다.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말은 하면서도 우리마음속에는 무언가를 구하려고 피눈물 나게 노력하지 않아도 그냥 얻어내는 금수저들이 있는 반면, 반대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평생 조그마한 재산을 모으거나 행운을 누리기는커녕 오히려 나쁜 일만 거듭되는 불운한 사람들도 있는 가운데 공약이 남발되는 듯 우리 귓전에 새소리로 들려온다.
수많은 종교와 문학, 예술 작품들이 불운하고 비참한 삶 속에 진정한 인생의 가치와 깊이가 깃들어 있는 것을 보면 세상은 요지경이 분명하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번뇌가 깊어야 해탈도 크다고 하지 않았던가. 불운 속에 삶의 깊은 뜻과 신의 소명이 숨어 있다는 말은 분명 귀담아 들을 만한 가치가 있으니 장미꽃 대선에 우리의 희망을 걸어보고 다시 뛰어가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