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들이 정치판에서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니 대선이 코앞에 다가오긴 온 모양이다.
선거 때만 되면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 또는 이행 불가능한 각종 헛말들이 정치인들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을 한 두 번 본 것이 아니기에 그리 낯선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조기대선만은 국정농단이란 미명아래 현직 대통령 탄핵까지 하면서 치러질 대선이기에 예전 대선과 다른 선거가 될 줄 알았는데 너무 실망스럽다. 각 정당의 대선 예비후보들이 내놓은 공약 비슷한 말들을 들어보면 대략 어떤 내용들이 헛말에 속하는지를 대번에 알아챌 정도로 허술한 약속들도 더러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특히 1997년 대선 때부터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군 복무기간 단축 안은 한반도 주변여건이나 단축 후 예측되는 상황 등을 고려한 내용이 아니라 단순히 일부 계층을 겨냥한 포플리즘 공약이어서 참으로 답답한 생각이 든다. 지금 대선 예비후보들이 제시한 군 복무기간 단축이나 모병제 전환 등을 분석한 언론의 해설기사나 전문가들의 의견만 보아도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에 그칠 공산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나라를 둘러싼 주변국의 상황이 군 복무기간을 거론할 시점인가. 핵무기에 화학무기까지 보유한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집단인 북한이 호시탐탐 우리의 허점을 노리고 있는 준전시상태이고, 주변 강대국인 중국이나 미국, 일본 등이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앞세워 한반도에서 이권다툼을 벌이고 있는 지금이 어떻게 보면 망국의 한을 갖게 만든 구한말 같은 시기인데, 이런 상황에서 확실한 대안도 없이 무조건 복무기간만 단축하겠다고 한다면 이게 실현 가능성 있는 공약이 될까.
군 복무기간 단축 공약에 불을 붙인 후보는 문재인 민주당 예비후보이다. 특전사 사병으로 전역한 문 후보는 대선 예비주자 중 누구보다도 가장 군 실정을 잘 알고 있는 후보인데도 불구하고 지난 1월 내놓은 대담집에서 군 복무기간을 1년으로 단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뒤질세라 이재명 성남시장은 전문전투병 10만명 모집 후 군복무기간을 10개월로 단축하며 또한 선택적 모병제를 제시했고,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2023년까지 완전 모병제 전환 안을 내놓았다.
정말 이들의 주장처럼 될 수 있을까. 대선 예비주자들이 단축 안을 경쟁하듯 내놓자 국방부 관계자가 언론에 밝힌 내용을 보자. 관계자는 현재 인구감소를 적용하면 2020년 초반이 지나면 입대인원이 제대인원보다 2만3000명이 부족해지며, 군 복무기간을 1개월 단축하면 실제 1만명이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하며, 또한 복구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면 병력 공백이 10만명에 육박한다고 했다.
또한 의무복무제도 아래에서도 갖은 방법으로 병역을 꺼리는데 안가도 되는 군대를 누가 월 200만원에 4년짜리 계약직이나 다름없는 모병에 얼마나 지원할지, 현 정부가 추진하는 병사 수 61만에서 52만으로 9만명 줄이는데 필요한 추가 전력 확보와 부대 개편에만 67조원이 들어가는데 만약 복무기간을 1년으로 한다면 어마어마한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군 관계자가 밝힌 내용을 보면 그들은 복무기간 단축만 거론할게 아니라 단축에 들어가는 막대한 재원은 누가 부담할 것이며 전선이 따로 없다는 현대전에서 나라는 누가 어떤 방법으로 지킬 것인지부터 밝히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최근 인터넷에 전역병이라는 네티즌이 올린 글을 대선예비주자들은 한번 찾아 읽어보시라. “복무기간 1년이면 상병 달자마자 전역하는데, 이제 겨우 소총 영점잡고 총기 다루는데 익숙해지기 시작하자마자 전역이라, 그럼 전쟁나면 누가 싸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