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호에서는 건전한 사회정신의 기반이 무너져 내리는 오늘날 우리 사회 현실에서 유교의 기본이념과 철학을 되새겨 보고자 지난 호에 이어 유교사상의 근본원리③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고서 남을 사랑하라.”
| |
 |
|
| ▲ 안호성 이사부기념사업회 회장 |
이상 위에서 살펴본, 주관적인 측면의 예와는 달리, 객관적인 측면에서의 예(禮)에 통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자사, 자유(子夏, 子游)의 사상은 <예기(禮記)> 각 편들 가운데 곡례·옥조·예운·예기·교특성(曲禮·玉藻·禮運·禮器·郊特牲) 등에서 엿볼 수 있고, 후에 순자(荀子)는 예(禮)를 강조한 나머지 성론(性論)에 있어서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하며 정치 교육에 있어서도 예와 관련시켜 말하고 있다.
이러한 선진시대(先秦時代)의 인륜도덕의 규범으로 그 면모를 드러내었던 선진유교(先秦儒敎)는 한·당(漢·唐) 시대에 이르러 권력질서를 유지하는 방편으로 이용되어 전장제도(典章制度)31)의 전거적(典據的) 역할을 하는 한편, 훈고학과 사장학(詞章學) 등 경서연구(經書硏究)에 치우쳐 문학적인 면으로 발전하였다.
이어서 송명 시대(宋明 時代)에는 철학적인 면으로 변화하여 마침내 성리학(性理學)과 양명학(陽明學)으로 정립되었으며, 청조(淸朝)에 와서는 사회경제학적(社會經濟的)인 측면, 즉 실학적(實學的) 측면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시대의 변천에 따라 여러 가지 학문과 이론으로 변천·변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자사상의 중핵(中核)이라고 할 수 있는 인(仁)을 기반으로 하는 일관지도(一貫之道)는 그대로 계승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유교는 나(자신)와 가정, 그리고 나라와 세상을 다스리는 확장적이고 단계적인 관리의 구조 속에서, 개인 인성의 개발을 가장 중시하는 교리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학불권(學不權)과 극기복례(克己復禮)할 것을 권장하고, 인간 개인의 인격적인 수양을 위한 기본행위인 팔조목(八條目)에 대해 사서(四書)의 하나인 <대학(大學)>에서 제시하고 있다. 그 첫째가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는 격물(格物), 둘째가 지혜를 넓히는 치지(致知), 셋째가 자기의 생각을 성실하게 하는 성의(誠意), 넷째가 자기의 마음을 바로 잡는 정심(正心), 다섯째가 자신의 덕성을 가꾸어 나가는 수신(修身), 여섯째가 자신의 가정을 잘 관리하는 제가(齊家), 일곱 번째가 자기의 나라를 잘 다스려 평안하게 하는 치국(治國), 마지막 여덟 번째가 천하, 세상을 잘 다스려 화평하게 하는 평천하(平天下)이다.
제2절 유교사상의 특징
1. 인간중심(人間中心)의 사상(思想)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 온갖 생물이 살아가고 있지만 인간이 가장 존귀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이 귀한 이유는 도덕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유교는 사상체계에서 윤리도덕(倫理道德)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그 실천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학자들은 더러 유교를 철학이라기보다는 윤리사상(倫理思想)이라고 단정하는 수도 있지만, 이런 주장은 윤리사상이 뿌리박고 있는 철학적인 기반을 간과한 결과이다(향교요람).
2. 사랑의 철학(哲學)이다
인간은 사회를 이루고 사는 군서(群棲)동물이다. 따라서 인간 사이의 관계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유교에서는 ‘인(仁)’의 글자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너와 나의 관계를 통해서 모든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교는 바로 인간의 관계 속에서 윤리 도덕을 기초로 한 철학이고 종교이다.
흔히 유학의 근본 사상을 인(仁)이라고 한다. 인(仁)은 모든 선(善)의 근원이 되고 모든 행(行)의 기본이 되는 것으로서, 논어에 나타난 공부자(孔夫子)의 말씀을 종합해 보면 “인은 곧 사랑이다”라고 한 마디로 말할 수 있다. 즉, ‘인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주자(朱子)도 인은 ‘사랑의 원리(愛之理)’라고 풀이하고 있다.
인(仁)이라는 한문 글자를 봐도 그 뜻에 사랑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은 인(人)과 이(二), 곧 이인(二人)으로 이뤄진 글자로 친(親)하다는 뜻을 가지고 것이다. 이인(二人) 즉 두 사람이다. ‘너‘와 ‘나’인 것이다. 너와 나, 그 사이의 관계를 말한다. 가정에서의 부부, 부자, 부녀, 모자, 모녀, 형제자매 간의 관계, 사회에서의 친구, 상하(상사와 부하, 임금과 신하) 간의 관계에서 사랑의 덕목인 인(仁)의 실천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인(仁)을 ‘어질다’라고 하는데 이 ‘어질다’라는 말은 ‘얼이 짙다’에서 온 말로서 심성의 착함, 행위의 아름다움을 뜻한다. ‘어질다’의 이론적 근거는 주자의 <인설(仁說)>에 두고 있다. 너와 나 사이의 사귐에 흐르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착한 심성과 아름다운 행위의 지고지순(至高至順)한 발현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랑’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인(仁)은 곧 ‘사랑’이다.
동서고금 어느 종교도 사랑을 근본사상으로 하지 않는 것이 없다. 불교의 자비(慈悲)도, 기독교의 박애(博愛)도 다 사랑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런데 유교에서의 사랑이란 다른 종교와는 달리 단계적으로 사랑을 베풀어 모든 인류에게까지 확산시키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것에 자비를 베푼다’거나 ‘널리 사랑한다’거나 ‘만인에게 평등한 사랑을 펴라’는 말은 좋지만 이것은 인간의 본성을 무시한 말이다. 남보다는 나 자신이 소중하고, 남의 부모보다는 내 부모가 소중하며 남의 자식을 똑같이 사랑하라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이는 자칫 가식적이고 형식적으로 되기 쉽다. 그래서 유교의 가르침은 대단히 현실적이다.
따라서 유교에서는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고서 남을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말하자면 내 부모를 존경하고 사랑해서 그 절실한 마음을 남의 부모에게 그대로 옮기고, 내 어린 자식을 어여삐 여기고 보살핀 뒤에 그 절실한 사랑을 고스란히 남의 자식에게도 옮기라는 뜻이다. ‘내 마음을 미뤄서 남에게 미치는(推己及人)’ 정신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학의 윤리는 한결같이 ‘너‘와 ‘나’, 곧 인간관계를 규정하고 있다.
유학의 근본윤리라 할 수 있는 오륜(五倫)도 모두 너와 나 사이를 규정하고 있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친함(父子有親)”, “임금과 신하 사이의 의리(君臣有義)”, “남편과 아내 사이의 분별(夫婦有別)”, “어른과 어린이 사이의 질서(長幼有序)”, “친구와 친구 사이의 믿음(朋友有信)”이 모두 그러한 관계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