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뱀
조창환
뱀은 품위 있게 또아리 틀고
고상하고 우아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보낸다
풀숲으로 들쥐 지나가도
바라보기만 한다, 충분히 배가 부르기 때문이다
벌초하다 땅벌 집 건드린 사람이 지나가도
요지부동이다, 두목인가 보다
기도하는 자세로/ 좌선하는 자세로
천하고 그악스런 뱀이 촛불 앞에 정좌한
저 뻔뻔함!
■ 프로필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는 『피보다 붉은 오후』외 다수가 있으며, 수상은 현대시협상 등 다수가 있고, 현재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 김진광 시인·평론가의 해설
| |
 |
|
| 김진광 시인 |
조창환의 「뱀」은 그가 사람을 동물에 빗대어 발표하고 있는 연작시 중 하나로, 작금의 우리나라 현실을 풍자한 시라고 할 수 있다. 모 일간 신문에 ‘나라를 뒤 흔든 최순실(국내)과 세계를 긴장시킨 트럼프(국제)’란 제목을 본 적이 있다. 아비가 잘못하면 가정이 흔들리고, 나라님이 잘못하면 나라가 흔들린다. 본인의 사리사욕을 안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 등용과 관리와 판단과 책임은 더 중요하다.
신이 아닌 이상 잘못할 수도 있다. 책임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정신이 우리나라 지도자들에게는 보이지 않고, 어려운 나라 사정 해결보다 혼란한 틈새를 노려 자기 이익을 추구하려는 패거리들이 득실거린다. 지금 우리나라는 앞날이 잘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이다. 한 마디 할 큰 어른도 보이지 않고, 지도자도 아직 보이지 않는다.
“동물을 소재로 하였지만, 인간에 관한 시다. 염치없고, 이기적인 동물로 인간보다 더한 것이 있을까?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가장 큰 수치는 위선적이며, 인간이 지닌 뻔뻔함을 대변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 시 끝부분에 ‘촛불’이 나온다. 촛불의 이미지(Image)는 ‘조용한 기도나 자기희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성숙한 국민들 촛불집회를 보고,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인들도 민주주의가 발달된 미국과 유럽도 놀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