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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주논단/ 올해 삼일절에도 소녀상은 울었다
이희탁 논설위원  |  lht47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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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04  11: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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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호 2016년 3월 18일자
 

올 해는 97돌 3·1절이였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윈스턴 처칠)고 했습니다. 제작에 착수한 지 14년 만에 어렵사리 개봉된 영화 귀향은 우리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일본의 전쟁범죄를 직시해야 함을 일깨워 준 한편의 기록 영화를 보았습니다 .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픈 삶을 조명한 영화 귀향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월 10일 자로 285만5,771명이 관람했다고 밝혔습니다. 영화는 어린 소녀들의 원혼이 나비처럼 고향으로 돌아오기를 빌면서 원통한 마음을 풀어주는 한판 굿 씻김이였습니다. 슬프면서도 묵직한 울림이였습니다. 타향에서 돌아가신 20만 명의 억울한 영령들을 넋으로나마 고향의 품으로 모셔와, 따뜻한 밥 한 술 올린다는 마음으로 만든 영화라는 감독의 말에 공감합니다.

귀향(歸鄕)인가, 귀향(鬼鄕)인가 ~ 중의적으로 사용된 영화 제목은 후자에 방점을 찍었다. 귀신이 돼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제강점기, 꽃다운 나이에 끌려간 20여만 명(추산)의 여성 가운데 모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이는 극소수지만 우리 어머님들이 실로 겪은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다.

일본은 패전 당시 이들을 죽이고, 태우고, 흙 속에 묻어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 그리고 지금도 사죄하는 대신 강제 연행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고 부인하고 있는 걸 보면 나라의 국력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게 하지만 일본은 머지않아 신의 저주를 받게 될 것이다.

영화 귀향(감독 조정래)은 한 점의 그림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지난 2002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생존 위안부 피해 할머니 후원 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던 한 젊은 영화감독은 태워지는 처녀들이라는 그림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16살에 위안부로 강제로 끌려갔던 강일출(89) 할머니가 미술 심리치료 중에 그린 그림을 보고 자료를 수집했다고 한다.

그는 영화화를 결심하고 시나리오를 완성했으나 10여 년 동안 투자자를 찾지 못하다. 결국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을 받는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도입해 제작비를 조달했는데 시민 7만5270명의 십시일반(十匙一飯) 제작비 후원과 배우·스태프들의 노개런티 재능 기부로 영화 제작을 완성한 작품이다.

안도현 시인은 20년 전(1996년 3월 2일) 연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말하자면 어른을 위한 동화를 세상에 내놨다. 태어나자마자 모천(母川)인 초록강을 떠나 멀고 먼 북태평양 알래스카 베링해까지의 험난한 바다 삶 여행을 끝내고 목숨을 건 5년 만의 귀향(歸鄕)에 나선 연어 떼 이야기다. 귀로에 하늘과 뭍의 포식자 물수리나 불곰의 공격, 인간의 어망 등 온갖 위험에서 겨우 벗어나 초록강 어귀에 이른 연어 떼가 마지막 장애인 폭포를 만나 난상토론을 벌일 때 눈 맑은 연어와 사랑에 빠진 수컷 은빛연어가 외친 강렬한 호소가 있듯이 우리민족은 일제 강점기 때 수치심 잃은 소녀들이 세상 사람들의 눈에 눈물 흘리게 하고 있다

먹먹하다. 소녀는 비가와도 그냥 그 자리에 앉아 있다

평화의 소녀상이 2011년 처음 세워졌을 때 그것은 그냥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20년 동안 이어진 1천 번의 수요집회, 1천 번의 그 미약한 물방울이 합해져 하나의 또렷한 염원을 탄생시킨 것이었다. 평화의 소녀상은 뜨거운 상징이기에 일본 정부가 그토록 철거하기를 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잇기 때문이다.

소녀상과 그 염원이 끊임없이 재탄생되기 때문에 국내 40곳, 미국과 캐나다를 합쳐 8곳에 세워져 있다. 교민들이 많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2012년 아예 위안부 할머니들의 실물 상반신 동상 5기를 한데 세우기도 했다. 지난해 서울에 만들어진 한·중 평화의 소녀상은 한, 중의 소녀와 빈 의자가 있는, 한, 중 조각가의 공동 작품으로 고통과 평화의 양국 연대를 담은 것이다.

서 있는 소녀상도 있지만 앉은 모습이 정적이라면, 서 있는 모습은 동적이라고 한다. 남해 거제 마산 군산 광주 등지의 소녀상은 제각기의 서 있는 모습들이다. 3.1절 부산에서도 처음으로 평화의 소녀상이 제막됐는데 왼손을 가슴 위쪽에 얹고 오른손은 주먹 쥐고 앞으로 걸어 나올 듯 서 있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았다. 부산의 일어선 소녀상은 정부의 불가역적 위안부 합의에 대해 분명한 언변을 쏟아 놓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먹먹하다. 소녀는 비가와도 그냥 앉아 있다. 비가 올 때 눈가에 맺히는 빗방울은 눈물이다. 소녀 옆에는 부재(不在)의 빈 의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빈 의자의 소녀는 어디로 끌려갔을까. 이 소녀상의 애초 제목은 기다림이었다고 한다. 홀로 앉아 있는 소녀의 텅 빈 듯한 표정이 빈 의자처럼 숱한 말을 웅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는 민간업자가 저지른 짓이라고 부정하지만 산더미 같은 증거를 없앨 수는 없다.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지 않고 부인하는 것은 또 다른 죄를 범하는 짓이다.

저 소녀상이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것은 평화였다. 어딘지 모를 먼 전장으로 끌려가 일본군들의 성적 노예가 되었던 잔인한 역사는 폭력이 되었고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힘들게 하였다.

일본정부의 공식적인 사죄와 법적인 배상이 없는 합의는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의 정의에 어긋나는 것이니 아베총리는 우리 정부의 요구사항을 해결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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