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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주논단/ 일회성 이산상봉으로는 한 못풀어
이희탁  |  lht47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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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05  17: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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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0일 시작된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26일 2차 상봉단의 작별상봉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번 상봉에서는 1, 2차에 걸쳐 남북의 이산가족 970여 명이 감격적으로 만나 60여 년 동안 헤어져 있던 한을 달랬다. 이산가족들의 눈물겨운 사연과 만남 뒤의 안타까운 이별은 지켜보는 온 국민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이번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우리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절실함과 이러한 일회성 이벤트 성격의 상봉 행사가 갖는 한계를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이번 상봉단 구성에서도 드러났듯이 생존 이산가족의 절반 이상이 80세 이상일 정도로 고령화 문제는 심각하다.

지금과 같은 수백 명 규모의 소규모 상봉만으로는 모든 이산가족이 생존 중 상봉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남과 북은 잘 알고 있기에 이산상봉 행사의 북측 단장인 리충복 북한 적십자중앙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북측 주최의 환영 만찬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해나가려는 것은 우리 공화국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이산가족의 생사 확인과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서신 교환과 고향 방문 등 상시 접촉 제도화가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번 상봉 행사 기간 중 북측 적십자 대표가 상시 접촉과 편지 교환 등 이산가족 관련 문제들을 협의할 뜻을 밝혔고, 우리 측 역시 그러한 방침을 천명한 만큼 조속히 적십자회담 등 실무접촉이 이루어 질 것으로 확신한다. 이러기 위해서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남북 관계에 근본적인 진전이 있어야 한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중에도 서해 NLL에서는 군사적 긴장이 조성되는 등 남북 관계는 지극히 유동적이고 변수가 있었다. 또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에 있어 남북은 여전히 평행선을 긋고 있다. 그렇지만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은 인도적 견지에서 전향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는 남북으로 흩어진 가족이 겪는 아픔과 고통을 덜어 주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TV 뉴스에 비춰지는 상봉의 장면 속에 190여 가족들이 혈육과의 가족·친지들에게 줄 두둑한 선물 보따리가 가득했으나 북측의 눈치 때문인지 선물 받는 장면은 보이지 않았다.
최고령 상봉자인 구상연(98) 할아버지의 손에는 북의 두 딸에게 전해줄 꽃신 두

이 들려 있었고, 황해도 장연군 출신인 할아버지는 1950년 9월 탄광 일을 하러 집을 떠났다가 그 길로 두 딸과 헤어졌는데 당시 7세, 4세였던 자매는 이제 72세, 69세의 할머니가 됐지만 할아버지에겐 여전히 귀여운 새끼들이였다.
아버지는 그래서 한번 언약한 꽃신을 주기 위해 두 딸에게 전해 줄 예쁜 꽃신을 들고 나오시는 장면을 보고 필자도 아이들에게 약속한 것을 지켜야 되겠다는 마음가짐을 되새겼다.

신발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구하다.
사람이 신발을 신는다는 건 어디로든 앞으로 걸어간다는 뜻이다. 신발을 신고 뒷걸음하는 건 양상군자(梁上君子)나 할 일. 부부가 애를 낳기도 전에 앙증맞은 신발부터 마련해 두는 것도 아기가 신발을 신고 무럭무럭 자라 드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라는 소망이다.

꽃신은 연정과 비극의 상징물이지만 아버지에겐 사랑이였다

신발은 앞으로 걸어가는 물건이라고 했기에 구씨 할아버지에게 꽃신은 65년의 시간을 연어처럼 거슬러 오르는 기억과 아픔의 회귀였을 것이다. 1960~70년대만 해도 검정고무신이 일반 대중의 신발이었다. 우리 어머니는 오일장에 가실 때마다 지푸라기나 노끈 따위로 아들딸의 발 길이를 쟀다. 직접 장에 데리고 갈 형편이 못 되었으므로 고무신의 문수(신발사이즈)를 맞추기 위한 방편이었다. 아이들의 신발은 8문(1문은 약2.4㎝)이 대세였고 10문을 신으면 도둑발이란 놀림을 받곤 했다.

발이 클 것에 대비해 거개가 자신의 발보다 큰 신발을 신었으므로 달리다가 신발이 벗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꽃신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소가죽 바닥에 둥근 은빛 못을 박고 화려한 비단에 풀칠하여 붙이고 신발 코에 알맞은 빛깔의 장식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꽃신은 연정과 비극의 상징물로 나온다는 말도 있지만 최고령 상봉자인 구상연(98) 할아버지의 손에는 북의 두 딸에게 전해줄 꽃신 두 짝에는 연정도 비극도 아닌 애통이 교차하였지만 자식을 사랑하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날까지 삶을 생으로 버틴 위대한 아버지였다.

남북 이산가족, 60여 년의 기다림 끝에 이뤄진 2박 3일간의 짧은 만남은 통한의 눈물로 마무리 되었지만 이들이 서로 움켜쥔 손을 쉬 놓지 못하고 차창에 손을 대고 다시 만날 수없는 기약에 몸부림치다 헤어졌다.

그나마 상봉한 이들은 행복한 축에 든다. 만남을 위해 663대 1의 경쟁을 뚫은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었다. 통일부 이산가족 정보통합 자료에 등록된 생존 이산가족은 6만6천292명에 이른다고 26일 뉴스로 전했다.

이 가운데 추첨과 생사 확인, 건강점검 등을 거쳐 최종 선발된 96명만이 가족과 더불어 이번 상봉단에 합류했다. 나머지 6만6천여 명은 생전에 북녘의 가족을 만날 기회가 주어지기를 한없이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일회성 행사로는 이런 생존 이산가족의 한을 다 달랠 수 없다. 생존 이산가족의 81.6%인 5만4천123명이 70세 이상 고령이다. 혈육을 그리다 이미 사망한 사람이 절반인 6만3천921명에 이르고, 상봉 신청자 중 해마다 평균 4천227명꼴로 숨지고 있으니 내일을 기약하기 힘들기에 말로만 남북이 한 동포임을 강조할 것이 아님을 강조해 본다. 이산가족의 자유 상봉은 분초를 다투는 시급한 문제임 만큼 이산가족 상봉의 자유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정치체제나 이념을 떠나 남북이 하나임을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눈물 없이 볼 수 없었고, 금강산에 피었다가 져버린 단풍들도 이별 없는 기약에 낙엽 되어 나뒹구는 계절이지만 내년부터는 꽃피는 금강산이었으면 한다.
/이희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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