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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희탁 논설주간 |
네팔에 거대한 홍수가 닥친 날, 비는 오지 않았다는 뉴스에 파란 하늘까지 보여주었다. 지난달 8월 26일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빙하 일부가 무너지며 얼음과 바위가 1천 미터 넘는 계곡 아래로 쏟아졌다. 거대한 토석류가 강을 막았고 임시로 생긴 댐이 터지면서 물과 진흙과 바위가 한꺼번에 하류를 덮친 사고는 지구가 보여준 자연의 재앙이라고 믿어야 했다. 천지개벽이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강물은 불과 30분 만에 9미터나 치솟았다. 마을과 도로와 다리, 수력발전소를 휩쓸고 폐허로 만들면서 1천 명이 넘게 숨졌고 수천 명이 실종됐다.
인도 대륙과 티베트 고원 사이에 있는 히말라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맥이다. 해발 7,300m 이상을 넘는 30여 봉우리 정상은 늘 만년설에 덮여 있다고 기록해 둔 하늘 아래 큰 산맥이다, “히말라야”라는 명칭은 산스크리트어로 hima(히마)는 ‘눈이다. alaya는 “보금자리” 또는 “집”을 의미하는 데서 유래했다. 설원을 신성하게 여기는 등반가들에게 오늘날 최고 높은 신령한 산으로 추앙받고 있으나 히말라야 산맥은 전체적으로 활처럼 굽은 산호 형상을 이루고 있다.
서부 낭가파르바트부터 동부 남차바르까지 2,500㎞에 걸쳐 있는데 남쪽은 급경사인 힌두스탄 평원, 북쪽은 티베트 고원과 연결돼 있으며 중국과 인도 사이를 가로지르는 지형 탓에 겨울에는 북쪽 찬 기류가 산맥을 넘지 못하고, 여름에는 남쪽 무역풍이 위쪽으로 이동할 수 없는 곳이라는 아주 특이한 기후를 받는 나라라고 본다.
우리는 홍수라고 말하면 먼저 폭우를 떠올린다. 하지만 높은 산에서는 홍수가 하늘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문헌을 찾아보니 빙하는 물을 저장하는 거대한 얼음덩어리인 동시에 산의 일부라고 한다. 얼어붙은 땅은 흙과 바위를 붙들고 있으며 기온이 오르면 빙하는 얇아지고 뒤로 물러난다. 영구동토도 녹는다. 그러면 얼음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산비탈 전체의 안정성이 달라진다.
얼음과 바위가 무너지고 강을 막고 다시 그 물막이가 터지는 연쇄 재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연구과제가 있었다. 히말라야의 이야기가 낯설지만은 않다. 2023년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미호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물이 순식간에 지하차도로 밀려들어 14명이 숨졌다. 그날도 문제는 비의 양만이 아니었다. 제방과 도로, 통제와 경보가 한꺼번에 맞물렸다. 재난은 자연현상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자연의 위험이 사람이 만든 시설과 제도, 판단을 만날 때 참사가 된다.
한국 기업이 참여한 어퍼트리슐리 1을 비롯해 여러 발전소 공사장의 노동자들이 터널에 갇혔다. 수력발전은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고 전기를 얻는 방법이다. 하지만 저탄소 에너지를 만드는 시설이라고 해서 달라진 기후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과 달라지는 기후에 적응하는 일은 따로 떨어진 과제가 아니다. 100년에 한 번이라는 말은 자연이 우리에게 한 약속이 아니다.
물론 이번 참사를 기후변화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개별 재난에는 지형과 지질, 날씨와 우연이 함께 작용한다.
그러나 재난이 벌어지는 무대가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나라인 네팔은 히말라야산맥 중간 지점에 자리한다. 3,000만 명 인구에 중국과 인도라는 강대국 틈바구니에 낀 약소한 산골 나라지만 가파른 고봉과 협곡으로 대변되는 히말라야는 세계 등반가들의 발길을 끄는 매력적인 설산을 가지고 있는 국가이다. 이번 홍수는 기후 온난화가 촉발한 참사이자 히말라야가 보내는 경고의 눈물로 보게 되는 이 참사가 너무나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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