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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에 짓고 냄새·분진은 삼척으로?…320만 마리 축산단지 논란
취재부  |  sd79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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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6.09.05  17: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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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척시내에 게첨된 태백 스마트축산단지 현수막

백두대간·광동댐 상류 수계 환경영향 우려

하루 분뇨 371톤…바람길 따라 도계 영향 주장

의료·관광 등 폐광대체산업 타격 가능성도 제기

태백시 상사미동 일원에 추진되는 최대 산란계 320만 마리 규모의 스마트축산단지를 둘러싼 논란을 바라보면서 나올 수 있는 질문이다.

사업예정지는 행정구역상 분명 태백시에 위치한다. 그러나 삼척시민들은 행정구역의 경계와 물길·바람길, 생태계의 경계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대규모 반대운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사업부지가 백두대간과 주요 하천 발원지 및 광동댐 상류 수계와 맞닿아 있다는 주장과 함께 주변 지형상 축산냄새와 분진이 삼척시 도계읍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폐광 이후 도계지역의 생존을 위해 추진 중인 의료·관광 등 폐광대체산업과 불과 수㎞ 떨어진 곳에 국내 최대 수준의 대규모 산란계 축산단지가 들어설 경우 지역의 미래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더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스마트축산단지 사업 참여 대상을 공모한 결과 태백시가 유일하게 참여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백시가 추진하는 스마트축산단지는 상사미동 일원에 대규모 산란계 농장과 관련 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태백시는 2029년까지 1단계 기반조성 및 관제센터 건립에 170억원을 투입하고 이후 민간투자를 통해 단계적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사업에 참여하는 가농바이오 측은 상사미동과 철암산업단지를 연계해 초기 355명, 2차 사업 완료 시 최대 7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체 투자계획은 최종 단계까지 1조1,384억원 규모로 제시됐다.

태백시 입장에서는 대규모 민간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사업인 셈이다.

하지만 삼척 주민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전혀 다르다.

우선 사업예정지의 입지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삼척 범시민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사업부지는 백두대간 보호지역과 인접해 있으며 한강·낙동강 발원지인 검룡소와 황지연못, 삼척·태백지역 식수원인 광동댐 상류 수계와 맞닿아 있다.

또 사업예정지 일원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조름나물 집단 군락지가 위치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규모 축산단지 조성이 주변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척지역에서 특히 우려하는 것은 ‘물길’과 ‘바람길’이다.

사업예정지는 행정구역상 태백시에 있지만 주민들은 주변 산악지형과 바람 방향을 고려하면 환경영향이 반드시 태백시 행정구역 안에 머물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대책위는 주변 지형상 태백지역 중심부는 능선에 가로막혀 상대적으로 영향을 적게 받는 반면 축산냄새와 미세분진 등이 바람길을 따라 삼척시 도계읍 방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 축산단지가 조성됐을 때 계절별 풍향과 풍속, 주변 산악지형 등을 반영해 악취와 미세분진의 영향권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 문제도 마찬가지다.

사업예정지는 오십천 상류 수계와 연관돼 있을 뿐 아니라 대책위는 삼척·태백지역 식수원인 광동댐 상류 수계와도 맞닿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평상시 정상적인 시설 운영만을 기준으로 안전성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집중호우나 시설 고장 등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오염물질이 하천과 지하수 등에 미칠 영향까지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320만 마리라는 초대형 밀집사육 규모 역시 논란의 중심이다.

대책위는 산란계 320만 마리를 사육할 경우 하루 약 371톤의 생분뇨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도 한 달이면 1만톤이 넘는 규모다.

   
태백스마트축산단지 조성을 반대하는 삼척시민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주민들은 첨단 환경시설을 설치하더라도 매일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분뇨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 시설 고장이나 집중호우 등 비상상황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지까지 구체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악취와 분진 문제 역시 주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대규모 밀집사육시설 특성상 악취와 암모니아, 미세분진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저감시설의 성능만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실제 320만 마리가 사육되는 상황을 가정해 주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한 우려도 있다.

320만 마리가 밀집한 대규모 축산단지에서 가축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방역대 설정과 이동제한 등에 따라 인접지역 주민들의 생활은 물론 관광과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삼척 주민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에는 환경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도계지역은 수십 년간 국가 석탄산업을 떠받쳐 왔지만 광산 폐광 이후 급격한 인구감소와 지역경제 침체라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삼척시와 지역사회는 청정 자연환경을 활용한 관광산업과 중입자 암치료센터를 중심으로 한 의료산업 클러스터 등을 폐광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문제는 스마트축산단지 예정지가 이들 폐광대체산업 예정지와 멀지 않다는 점이다.

축산단지 예정지는 삼척시가 추진하는 농어촌 복합휴양 관광단지와 약 3㎞, 중입자 암치료센터 등 의료산업 클러스터 예정지와 약 5㎞ 떨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청정 자연환경과 의료·관광산업을 도계의 새로운 이미지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인접지역에 국내 최대 수준의 산란계 축산단지가 들어설 경우 어렵게 추진해 온 폐광대체산업의 이미지와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논란을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나 기피시설 반대운동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책위의 입장이다.

대책위는 축산시설 자체를 반대하거나 태백시의 발전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사업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삼척시민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돼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사업지가 태백시 행정구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영향권에 놓일 가능성이 있는 삼척시와 도계·하장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충분한 사전 설명과 의견수렴 없이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책위는 당초 삼척시와 도계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공식적인 협의절차와 객관적인 환경검증을 요구해 왔으며 최근에는 농림축산식품부에 태백시의 스마트축산단지 공모 신청 자체를 반려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태백시는 첨단 환경시설을 통해 삼척지역에서 제기하는 우려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태백시 축산과는 사업예정지가 오십천과 직선거리로 약 4.1㎞ 떨어져 있으며 실시설계 단계에서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수질 영향을 정밀 검증할 계획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자체 오폐수처리시설을 설치해 수질 원격감시와 정기검사를 실시하고 축사에는 공기정화시스템과 강제송풍 건조시스템을 설치해 악취와 분진, 암모니아 등을 실시간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계분은 축사 내부에서 건조한 뒤 밀폐형 차량을 이용해 철암동 고터실산업단지 비료공장으로 매일 반출하고 향후 바이오매스 에너지화 시설을 통해 자원화한다는 계획이다.

태백시는 철새 이동경로에서도 벗어나 있어 AI 발생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삼척 주민들은 기술적으로 환경오염을 저감할 수 있다는 계획과 320만 마리 규모의 시설이 실제 운영됐을 때 안전성이 확보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

특히 환경영향평가가 실시설계 단계에서 이뤄진다는 태백시 설명에 대해 사업이 선정되고 본격적으로 추진된 이후가 아니라 사업자 선정 이전부터 실제 영향권에 놓일 수 있는 인접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환경적 영향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태백 스마트축산단지 위치도

삼척지역의 반발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대책위는 지난달 26일 도계복지회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 철회를 요구한 데 이어 시민 2만명 서명운동에 나섰다. 지난달 31일부터는 사업예정지 일원에서 거점농성에 돌입하고 농림축산식품부 현장실사단 출입을 저지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였다.

이어 2일에는 삼척시민과 대책위 관계자들이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정부를 상대로 직접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이날 규탄 성명을 낭독한 뒤 농식품부 측에 항의서한과 주민 서명서를 전달하고 “태백시의 스마트축산단지 공모 신청을 즉각 반려하라”고 촉구했다.

김광태 삼척 범시민공동대책위원장은 “도계지역은 이미 폐광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학도시 조성과 함께 폐광대체산업을 추진하며 새로운 살길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며 “삼척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협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반대운동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어서 스마트축산단지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태백지역에 대규모 축산시설을 건립할 것인지 여부만이 아니다.

태백시가 기대하는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의 필요성도 중요한 문제다. 동시에 그 사업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환경적·경제적 부담이 행정구역을 넘어 인접한 삼척지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지도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

특히 백두대간 생태환경과 광동댐 및 오십천 수계, 지형에 따른 악취와 분진의 이동 가능성, 가축전염병 위험, 도계 폐광대체산업에 미칠 영향 등은 주장과 반론만으로 결론을 내릴 문제가 아니라 객관적인 조사와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다.

물과 바람, 생태계와 가축전염병은 행정구역의 경계에서 멈추지 않는다.

폐광 이후 새로운 생존 기반을 만들어야 하는 도계지역이 청정환경과 의료·관광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택한 상황에서 인접지역의 320만 마리 규모 스마트축산단지는 주민들에게 단순한 기피시설 논란을 넘어 지역의 미래와 생존권이 걸린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와 관계기관이 사업의 경제성뿐 아니라 환경적 영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실제 영향권에 놓일 가능성이 있는 삼척지역 주민들의 의견까지 사업 추진 과정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을지가 향후 갈등 해결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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