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김태수 (사)탄광지역활성화센터 학술 연구소장 |
산업화의 불을 밝히던 탄광들이 하나둘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국가의 에너지 정책에 따라 '필요할 때 쓰고 버려지는' 한시적 산업으로 취급받던 탄광은 이제 마지막 폐광의 길로 접어들었다. 최근 이에 대한 깊은 성찰과 대책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되었다.
지난 7월 16일, 이코모스(ICOMOS) 한국위원회 산업유산학술소위원회가 주최한 화상 학술세미나 「우리나라 탄광유산의 현실과 세계유산적 가치」는 우리에게 탄광유산의 보존과 활용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던져주었다.
이번 세미나는 태백시를 중심으로 한 탄광산업의 역사적 전개와 가치를 짚어본 김보람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연구원의 발표와 강원도 탄광유산의 현황 및 최근 장성광업소 갱도 수몰 문제를 다룬 이연경 연세대 교수의 발표로 문을 열었다. 특히 이연경 교수의 영국·일본·스웨덴·중국 등 해외의 폐광지역 산업유산 활용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탄광은 단순히 갱도와 건물의 물리적 흔적에 그치지 않는다.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한국의 탄광유산은 ‘유기적으로 진화된 경관이자 의도적으로 설계된 경관, 그리고 영속적 문화경관’의 성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화려한 세계유산적 가치를 논하기에 앞서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냉혹하다. 1960년대부터 국가가 주도한 석탄산업은 종료 이후의 과제를 온전히 지역과 노동자에게 떠넘겨왔다. 토론자로 나선 정용숙 교수의 지적처럼, "산업 종료 후의 과제, 누가 무엇을 오래 책임질 것인가"는 여전히 뼈아픈 질문이다.
현장의 절박함은 종합토론 말미에 이어진 문윤기 장성광업소 수갱 수몰반대투쟁위원장의 호소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갱도 수몰이라는 당면한 위기 앞에서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요청한 그의 목소리는, 탄광유산이 단순한 박물관 전시품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직결된 ‘사회적 유산’임을 일깨워준다.
토론에 참여한 미하엘 파렌코프 보흄 광업역사기록센터 관장은 “탄광유산은 사회적 유산”이라고 정의했고, 김성용 프라이베르크 공과대학교 연구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민·관·학 협력체계와 지역주민의 자발적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두원 이코모스한국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 재조명에 힘을 보탰다.
세미나의 진행을 맡은 강동진 교수의 마무리 발언은 그래서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오늘 도출된 여러 문제는 국가가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진단과 함께, 이코모스한국위원회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등이 국가유산청에 적극적으로 건의해 정부 차원의 정책 사업으로 끌어내겠다는 약속은 실질적인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석탄산업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핵심 동력이었다. 탄광은 대한민국을 빛나게 만든 역사의 현장이다. 이를 한때의 부산물로 치부해 수몰시키고 지워버리는 것은 우리의 현대사를 지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할 때다. 강원도의 탄광유산이 지닌 세계유산적 가치를 지키고, 이를 지속 가능한 지역의 자산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정부, 학계, 그리고 지역 주민이 머리를 맞대고 실효성 있는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