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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초에 입대한 필자가 논산훈련소를 거쳐 후반기교육을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고 본 첫 장면은 침상 한쪽에 일명 개구리복(예비군 군복)을 입고 있고 누워있는 한 병사였다. 현역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병사들보다 머리도 길었고 또한 군복도 아닌 예비군복을 입고 침상에 뒹굴고 있는 그의 정체가 궁금했는데 행정병이 전역대기 말년병장이라 소개해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일이 있었다.
지금 군 문화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만 해도 전역신고 30일전부터 돌발 사고를 우려한 부대지휘관들이 전역을 한 달 정도 앞둔 병사의 총기와 각종 사물을 반납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고 또한 모든 임무에서도 열외 시킨 후 몸 편히 지내다 전역도록 배려하는 군 문화가 형성되어 있던 시절이었다. 또한 당사자도 ‘떨어지는 낙엽도 피해 가라, 뇌진탕 걸릴라. 돌부리 차지 마라, 다리 부러질라’라는 전역수칙도 있듯이 건강한 몸으로 전역하기 위해 매사에 조심하고 또 조심하면서 집으로 돌아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바로 전역을 앞둔 말년병장들의 모습이었다.
그런 말년병장 88명이 북한의 DMZ의 지뢰에 이어 포격 도발로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조성되자 “나보다 나라가 우선”이라는 높은 애국심에, “긴장감이 감도는 이곳에 전우들을 두고 차마 발걸음이 떨어않아서.”라는 진한 전우애에 따라 무더기 전역연기 신청을 했다는 소식에 국민들이 큰 감동을 받았다.
전역연기를 신청한 이들은 나이는 평균 나이는 21.7세라고 한다. 애국심과 전우애를 먼저 생각한 이들은 전쟁의 참혹한 시대를 겪는 세대가 아니다. 또한 필자 세대처럼 충(忠)을 강요하는 교육을 받은 세대는 더더욱 아니다. 우리 기성세대들이 보기에 나약하고 집단보다 개인을 먼저 내세우는 그들이었기에, 긴장감이 팽팽한 그곳에서 어떻게 하면 벗어날까만 생각할 것 같았던 그들이기에, 국민과 전우를 위해 전역연기를 택했다는 자체가 너무 뜻밖의 일이었기에 주는 감동을 더했다.
그러나 전역연기를 선택한 용사들은 중·고생 때 교육이 아닌 실전에 가까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목격한 세대이기에 가능했지 않나 필자는 생각한다. 전국에 생중계되다시피 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태를 지켜보면서 자신이 입대했을 때 저런 일이 일어나면 앞장서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한 세대이었기 이런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지 않았나 생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그들은 분명 “영웅”이라고 부르고 싶다. 지금도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하루에도 평균 2명꼴이 병영을 이탈하고 있는 현실에 어찌 그들을 “영웅”이라 부르지 않겠는가. 우리 사회엔 신세대의 국방 의지를 미더워하지 않는 시선이 없지 않았는데 그런 부정적인 시각을 88명의 장병들이 한순간에 바꿔놓는 계기까지 마련해 준 그들은 분명 ‘영웅’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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