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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수 (사)탄광지역활성화센터 학술연구소장 |
2026년 6월 29일은 제1회 「광부의 날」이다. (사)석탄산업전사추모및성역화추진위원회를 비롯한 전직 광부 단체와 전문가들은 수년 동안 학술세미나와 결의대회, 탄원서 제출 등을 이어오며 「광부의 날」 제정을 위해 노력해왔다. 여기에 이철규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와 2025년 12월 3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더해지면서 마침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고, 올해 첫 공식 행사가 열리게 됐다.
하지만 5월이 지나도록 행사 준비 상황조차 쉽게 접하기 어려운 현실은 아쉬움을 남긴다. 첫 출발인 만큼 무엇을 기억하고 어떻게 기념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 필자는 캐나다와 미국 사례를 보며 우리 「광부의 날」이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보게 된다.
캐나다 노바스코샤주의 ‘데이비스 데이(Davis Day)’는 1925년 광산 파업 과정에서 희생된 광부 윌리엄 데이비스를 추모하는 노동운동의 기억에서 출발했다. 이 행사는 단순한 산업 행사가 아니라 순직 광부 위령식, 이름 낭독, 노동조합 연설, 광부 합창단 공연, 광산유산 교육 프로그램 등이 결합된 공동체적 추모 의례로 발전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광부 축제 역시 광산노동 사진전, 은퇴 광부 증언행사, 가족 참여 퍼레이드, 광산박물관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광산문화를 지역 정체성의 일부로 계승하고 있다.
이러한 북미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광부의 날」은 단순히 과거 산업을 회상하는 행사가 아니라 산업 전환 이후에도 지역 공동체를 이어주는 기억의 장치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탄광을 사라진 산업으로만 보지 않는다. 광산노동과 탄광촌의 삶을 현재적 가치로 재해석하고, 노동과 희생의 역사를 사회적 기억으로 보존하고 있다.
우리나라 「광부의 날」 역시 추모와 탄광문화 계승을 핵심 가치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국가기념일 제정 취지와도 부합한다.
무엇보다 행사의 시작은 ‘순직 광부 추모’가 되어야 한다. 산업재해와 진폐증으로 희생된 수많은 광부들의 기억은 여전히 탄광지역 곳곳에 남아 있지만, 정작 이들의 이름은 충분히 기억되지 못하고 있다. 순직 광부 이름 낭독, 추도 사이렌, 유가족 헌화, 진폐 희생자 추모 의례 등을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광부의 날」은 탄광촌 공동체 문화를 계승하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광부예술단 공연과 전시, 탄광촌 음식문화 재현, 광산·철도·연탄·사택 생활문화 체험, 광부 사진전과 구술기록 전시, 탄광문학 소개 등을 통해 탄광촌의 집단 기억을 살아있는 문화로 복원할 수 있다.
또 노동운동과 산업재해의 역사를 교육 자원으로 활용하고, 운탄고도 걷기와 연계한 산업유산 관광 프로그램도 확대해야 한다. 북미 광산도시처럼 은퇴 광부를 해설사로 양성하고 실제 갱도 투어, 광산장비 시연, 탄광촌 답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광부의 날」은 하루짜리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지역 박물관과 탄광유산 공간이 상설적인 기억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관광사업을 넘어 지역의 역사적 정체성을 미래 자산으로 전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광부의 날」을 사라진 산업에 대한 향수로만 접근하지 않는 일이다. 광산은 문을 닫았지만 광부들의 노동과 희생은 한국 산업화의 토대였다. 탄광촌 공동체는 국가 성장의 이면을 떠받친 삶의 현장이었다.
그렇기에 「광부의 날」은 단순한 산업기념일이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의 희생과 연대, 노동과 공동체를 기억하는 사회적 의례가 되어야 한다. 첫 번째 「광부의 날」이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니라, 탄광지역의 기억과 미래를 함께 연결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