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동해신문
홈 > 오피니언 > 척주논단
척주논단/ “어떤 협상을 했길래 딴 소리냐?”
이희탁  |  lht4722@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5.08.21  15:24:47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일본이 세계유산위원회 결정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딴소리를 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다. 일본 측의 김 빼는 발언은 우선 강제 노역이라는 역사적 오점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난 4월 한국의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유족 1천여 명이 72개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일련의 배상 및 위자료 청구 소송 등에 대한 법적 책임 소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교묘하고 계산된 발언인 것이다.그런데 외교부는 논란의 문구를 두고 “전방위적 외교 노력이 이뤄 낸 값진 성과”라며 자화자찬하고 있었다. 이 내용을 뜯어보면 외교부의 자화자찬은 혼자서 성급하게 터트린 샴페인이다.

국제사회에서 강제 노역은 통상 “enforced labor(강요된 노동)”로 표현하는데, 백번 양보해 문제의 문구가 그런 뜻을 가졌다 하더라도 강제 노역의 주체가 전혀 명시돼 있지 않아 한마디로 헛방이라는 말이다. 문제의 문구도 “등재결정문”과 주석이 아니라 3차례 과정을 거쳐 겨우 찾아볼 수 있는 일본 측 대표 발언으로 숨어 있어 국제사회 공식 언급 효과는 극히 미미하다.

앞서 사토 대사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일본은 1940년대에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동원돼 가혹한 조건하에서 강제로 노역했다고 말하며 “forced labor(강제노동)” 대신 “forced to work(강제노동을 시키다)” 란 표현을 사용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요시히데 관방장관 역시 “forced to work”가 강제 노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시다 외무상이 명확히 했다고 거들었다. 일본은 일어판 번역문에서도 일하게 됐다는 표현을 사용해 강제성을 흐렸다. 강제 노역의 영문 표현을 둘러싸고 강제 노동이라는 한국과 다른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애초 한국은 일본의 징용시설 문화유산 등재 시도가 알려지자 등재 불가라는 입장을 정했고 여의치 않을 경우 강제 징용 사실 명기에 승부를 걸었다. 일본의 목적은 강제 징용시설의 세계유산 등재였음은 더 말할 나위 없다.

협상 결과 일본은 문화유산 등재란 성과를 얻어 환호하고 있고, 한국은 원하던 바를 얻지 못했다. 그럼에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협상 결과를 두고 우리의 전방위적 외교 노력이 이뤄낸 값진 성과라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어 국민이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가 얻어낸 것은 사토 구니(佐藤地) 주 유네스코 대사의 “강제 노역”(forced to work)이란 한마디와 정보센터 설립 등 희생자를 기리는 시설을 만들겠다는 구두 약속뿐이었다. 등재 결정문 본문도 아닌 각주에 일본 대표단의 발언록을 연결해, 그 발언록의 한 귀퉁이에 나오는 강제 노역이란 말 한마디뿐인데, 문헌학자나 서지학자가 아닌 다음에야 일반인들이 어디서 그 말을 찾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빛바랜 사진 속 그들은 훈도시(속옷)
하나만 걸친 채 탄광 안에서그마저도 일본 관리들의 잇따른 부인성 발언으로 희석되고 있는데 정보센터를 설립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질지 의문이다. 일본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을 제재하거나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와 합의한 내용을 지키는 것은 전적으로 일본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그렇게 나올 줄 몰랐을까. 그만큼 우리 외교가 순진했던 걸까.

그렇게 해서 억울하게 희생당한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한이 반이라도 풀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빛바랜 사진 속 그들은 훈도시(속옷) 하나만 걸친 채 탄광 안에서 맨몸으로 검은 땀을 흘렸다. 채찍에 맞아 목덜미와 등은 깊은 흉터투성이고 앙상하게 야위어 갈비뼈가 그대로 드러난 청년들의 모습, 사진을 볼 때마다 국민들 마음은 분노로 치닫고 있는데 외교부는 축배를 들었으니 하늘도 울고 땅도 울어야 속이 풀릴 지경이다.

세계유산 등재에 목맨 일본이 제시한 미끼를 순진하고 어리숙한 우리 정부가 미끼 바늘에 덥석 물려버린 것이다. 세계유산 등재에 다급한 일본보다, 표 대결까지 가는 상황이 되어 혹시라도 패배하게 될까 겁낸 우리 정부가 더 마음을 졸였기 때문은 아닐까란 생각까지 들게 한다.

일본과의 외교는 왜 다 이런 식인지 모르겠으나 겉은 그럴 듯한데 알고 보면 알맹이가 별로 없는 우리 정부라고 보여 진다. 일본이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고 국민들은 한마디씩 내뱉었는데 정부는 왜 모르고 있을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독도 문제나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와 관련한 외교 현안들이 걱정되는 7월의 하늘이 검게 보일 때 태풍 11호 낭카가 우리 국민들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면 좋을 듯싶다.
 

이희탁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기사
1
삼척미로정원, 지역 특산물 콩을 주제로 첫 ‘미로콩 팜파티’ 열어
2
삼척시, 봉황산 산림욕장 새롭게 조성
3
동해시, 제315차 안전점검의 날 홍보캠페인 전개
4
동해시, 마술로 배우고 태양광으로 탐구하는‘우리동네 과학방’운영
5
동해해경청 포항항공대, 선린대학교 응급구조과 학생 대상 체험 프로그램 운영 실시
6
남양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어르신 여가·아동 학습환경 함께 챙긴다
7
삼척시 탄소중립지원센터 산불예방 및 등산로 환경정화 캠페인 추진
8
근덕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 어르신 국화전시회 가을나들이 실시
9
삼척시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질환 당사자 가족 위한 교육 운영
10
특별기고/ 동해 AI 데이터센터, 기대를 넘어 지속 가능한 지역의 미래로
특집·연재
신문사소개ㆍ기사제보ㆍ광고문의ㆍ불편신고ㆍ개인정보취급방침ㆍ청소년보호정책ㆍ이메일무단수집거부
강원도 삼척시 사직로 21(사직동 435-6)  |  대표전화 : 033)574-7921  |  팩스 : 033)574-7923
등록번호 : 강원 아00343  |  등록연월일 : 2023.05.30.  |  발행ㆍ편집인 : 김주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주철
Copyright © 2013 삼척동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