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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희탁 논설위원 |
농가월령가를 보면 2월은 농사를 시작하는 달이다. 또 3월 5일은 경칩에 전하는 속담으로는 삼라만상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우수경칩이면 봄이 문턱”이라는 말이 있다.
경칩 일에 흙 일을 하게 되면 탈이 없다고 하여 벽을 새로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했다. 특히 빈대가 없어진다고 믿어 새 흙을 이겨 바르고, 재를 섞은 물을 방 네 귀퉁이에 놓아두기도 했다. 4월이지만 우리 지역은 겨울의 끝자락을 맞고 있다, 아직은 매서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남녘에는 이미 봄의 전령사 벚꽃이 피었다고 매스컴은 전했다.
이 봄을 만날 수 있는 곳 가운데 한 곳을 묻는다면 필자는 전남 순천의 선암사라고 말한다.
자연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 속에서 “선암매”라 불리는 매화 군락을 만난다. 경내에는 수령 350년에서 많게는 650년에 이르는 매화나무 약 50여 그루가 자리하고 있다. 그중 대웅전 뒤편 담장을 따라 이어진 20여 그루의 매화나무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선암매다. 세월을 품은 고목에서 피어나는 꽃과 돌담, 기와와 주변 산세가 어우러진 풍경은 사진의 최고 포인트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특히 원통전 담장 뒤편의 백매와 각황전 담길의 홍매는 2007년 천연기념물 제488호로 지정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농촌에서 맞는 봄비는 마치 청량제 같은 느낌을 준다. 몇 년 전만 해도 필자는 비닐하우스를 취미 삼아 12년 동안 흙을 손에 묻혀 본 날들이 있었다. 봄비가 내리는 날이면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에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청주 도시에서 살던 시절 바라보던 봄비와 농촌에서 만나는 봄비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날씨의 변화가 아니라 한 해 농사의 숨을 틔우는 신호이며, 농촌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의 선택을 다시 확인하게 해 주는 시간이었다고 보여진다.
요즘 농촌의 논밭에서는 촉촉한 흙냄새가 은은하게 올라온다. 겨우내 얼어 있던 텃밭에서는 지난 겨울철,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비닐을 걷어내고 밭갈이하는 걸 보았다, 가뭄이 심했던 탓인지 여전히 흙 속의 수분은 부족해 보였다. 농촌에서는 봄비가 온 뒤부터 일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촉촉해진 논을 갈아엎는 트랙터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기 시작하고, 과수원에서는 퇴비를 내고 거름을 주느라 분주하지만, 봄비가 내린 뒤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논보리의 빛깔이다. 겨울 동안 얼어 있던 보리싹이 기온이 풀리고 봄비를 머금으면서 마음껏 숨을 쉬듯 하루가 다르게 푸르게 변한다. 마늘밭도 한층 더 짙은 푸르름을 띠며 제법 굵어지기 시작한다. 단호박 재배 농가에서는 모종을 키우는데 정성을 쏟고 있다.
비가 그친 다음 날 아침이면 들판을 바라보면 산자락은 한층 짙은 빛을 띠고 마당의 나무들도 더욱 싱그럽게 보인다. 물기를 머금은 밭 흙이 발밑에서 부드럽게 눌리는 촉감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면서, 올해 농사의 시작이 나쁘지 않겠다는 확신도 생기기도 한다. 한 차례의 봄비가 농부들의 마음을 이렇게 편안하게 해 주는데 중동에서는 미사일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다, 힘 있는 국가라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귀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세계의 물가를 뒤흔드는 탓에 가난한 백성에게는 주검보다 더한 시간을 주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특별한 사람들이라고 했던가! 창세기 17장에서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그들의 하나님이 되리라” 여기서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자신의 것으로 주장하셨고, “너는 내 것이다(이사서 43:1)”. 그래서 여기서는 하나님이 특정 민족과 동일시하신 내용이다.
이러함에도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 못하는지 툭하면 전쟁으로 지구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아침은 촉촉한 비 내리고 있어 하늘을 한번 바라보고 기뻐하고 있는데, 텔레비전에서는 이란을 포격했다는 기자의 목소리가 짜증을 불러오고 있다.
하나님은 어느 나라 편을 들고 계시는지 가깝게 계시면 꼭 한번 묻고 싶은데, 그러하지 못해 정말 아쉬운 아침을 글 한 줄로 마음을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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