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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주논단/ 영월 장릉에 묻혀있는 단종의 역사는
이희탁 논설위원  |  lht47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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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6.04.21  09:3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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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의 기록을 찾아보면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등된 뒤 아버지 묘인 현릉을 다녀오다 살곶이 벌에서 숙부 세조의 마중을 받는다. 이미 4개월 전에 왕위를 물려준 덕분에 분에 넘치는 환대는 받았으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고 한다. 그 이유는 몰려오는 먹구름들이 예감케 한 것이다. 2년 뒤인 1457년(세조 3년) 6월 21일, 창덕궁을 나온 단종은 이제 말을 탄 어엿한 청년 군주의 모습으로 성장해 있었다. 하지만 쫓겨나는 비운의 군주이자 폐주의 신분으로 동대문 밖을 나서야 하는 운명이었다. 이미 성밖에는 수많은 백성들이 나와 눈물로 그를 배웅했다.

단종은 자신보다 한 살 많은 아내인 폐비 정순왕후 송씨와도 이별을 했다. 두 사람이 이별한 다리는 왕심평대교로 불렸지만, 영도교로 이름이 바뀌게 된다. 영원히 건너간 다리, 영영 이별한 다리라는 뜻이다. 청년 군주의 나이 17세. 한 나라를 경영할 수 있는 충분한 나이였으니 어린 조카를 위해 보위를 물려받았다는 세조의 강변은 거짓이다.

굳이 정사를 멀리하고 야사를 인용해 그의 죽음을 알리는 것은 당시 정사가 야사보다 못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실록의 기록은 이렇다. "노산군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자결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설명도 없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은 자세하게 기록해 두었습니다.

우리는 역사를 기록의 망원경을 통해 확인해봅니다. 아무래도 사건이 벌어진 당대, 공식적으로 기록된 정사가 가장 정확하다는 믿음이 있기에 이런 면에서, 단종 사망 시기와 가장 가까운 정사, 조선왕조실록 세조실록의 역사를 가장 먼저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공식 기록은 “자결”이었습니다. 단종의 장인인 송현수가 단종 복위 모의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처형이 결정되자, 단종이 이 소식을 듣고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는 겁니다. 세조가 단종을 처형한 건 아니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조선왕조 역대 임금들의 실록(實錄)을 통칭하는 편년체 사서. 태조에서 철종까지 472년간에 걸친 25대 임금들의 실록 28종을 일컫는다. 국왕이 교체될 때마다 사관들이 다양한 자료들을 모아 편찬해 놓은 것을 우리는 역사로 배웠기에, 단종은 세종의 적장자인 문종의 적장자였습니다. 적장자의 적장자, 태어날 때부터 이미 차차기 국왕으로 예정된, 완벽한 정통성을 가진 승계자였습니다. 조선 27대 왕들 가운데 왕의 적장손인 원손과 세손, 그리고 왕세자의 지위를 모두 경험한 왕은 단종이 유일했습니다.

영화 한 편이 역사를 다시 불러내는 순간이 요즘 영화관 문이 활짝 열려 100만 관람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 단종의 비극을 웃음과 눈물로 풀어낸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2월 4일 개봉하여 27일 27만8,061명을 동원해 누적 관객수 701만1,501명을 기록하며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고 뉴스로 타전했다. 국내 사극 영화 최초로 1,000만 관객을 기록한 “왕의 남자”보다 빠른 속도라는 흥행 기록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는 폐위된 어린 왕 단종이 유배지인 영월 청령포에서 마을 사람들과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비극적 소재이지만 영화는 예상보다 따뜻하고 유머를 잃지 않았다고 합니다. 무겁게 다가오기보다 인물들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했고,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슬픔이어서 오히려 더 오래 마음에 담을 수 있게 제작했다고 합니다.

흥행 분위기는 영화관을 넘어 실제 공간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단종의 유배지였던 영월이 재조명되며 청령포와 관풍헌, 장릉을 잇는 동선이 “역사를 걷는 여행”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영화 속 장면을 직접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장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장릉으로 묻은 엄홍도와 마을 사람들, 권력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단종 복위를 시도하다 목숨을 잃은 금성대군까지.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들을 다시 찾아보며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얼마나 일부에 불과했는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다가오는 4월 24~ 26일까지 영원에서 단종제를 개최하는 날 장릉을 찾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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