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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시대 사상가 맹자는 안정된 생업이 없으면 굳건한 마음을 지키기 어렵다는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을 강조했다. 그는 훌륭한 군주는 백성들에게 안정된 생업을 마련해 위로는 부모를 부양하고 아래로는 가족을 돌보게 한다며 풍년에는 배부르게 하고 흉년에는 굶주리지 않게 한 뒤에야 선(善)으로 이끈다고 말했다.
왕도, 황제도 없는 시대지만, 구성원들의 먹고사는 문제만큼은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덕목이라는 교훈이 2000년이 지난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변치 않는 진리로 남아있을 것이다.
1년 반 동안 의료사태로 국민들은 큰 어려움을 만났지만, 정부가 바뀌면서 의료사태가 진정되어 전공의들이 돌아왔다. 병원에도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상급병원인 대학교병원과 일반 병원에서 채용을 통한 신규 전공의들이 출근을 시작했다. 병원 안은 오랜만에 의사 가운을 입은 젊은 의사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했다. 인적 사항을 등록하고, 병동 동선을 익히며, 차트를 다시 들여다보는 모습에서 지난 1년 반의 공백을 실감케 했다. 전공의 복귀는 한동안 멈춰 있었던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뿐인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일이나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쉬었음” 인구는 264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7만3000명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30대는 32만8000명으로 역대 8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20대는 43만5000명으로 꾸준히 40만 명대를 유지했다. 연령별 고용 격차도 뚜렷했다.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는 1년 새 40만1000명 늘며 고용률 47.9%로 상승했지만, 15~29세 청년층은 21만9000명 줄면서 고용률은 45.1%로 16개월 연속 하락했으나, 눈길을 끄는 점은 쉬었음, 청년의 70% 이상이 이미 일터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뉴스나 신문을 보다 보면 마중물이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띈다. 마중물은 펌프로 지하수를 끌어올릴 때 먼저 붓는 소량의 물이다. 깊은 땅속의 물줄기를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이 작고 소중한 물이 꼭 필요하다. 펌프질만으론 안 되고, 반드시 마중물이 있어야 한다.
손 펌프를 쓰던 시절, 마중물은 물을 얻기 위한 첫 번째 준비였다. 이제는 비유의 영역으로 확장돼, 어떤 일의 시작을 촉진하고 성과를 끌어내는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정책이든 경제든, 세상의 흐름은 언제나 이렇게 작지만 결정적인 “첫 물”에서 출발한다.
9월 22일부터 2차 소비쿠폰을 신청했다, 이번 1, 2차 정책은 단순한 소비 촉진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 불균형 해소, 침체 된 지역경제 회복, 공동체 재건까지 고려한 종합 민생 처방이다. 기초생활을 겨우 이어가는 이들에겐 생계의 디딤돌이 되고, 조금 숨통이 트인 사람들에겐 소비의 촉진제가 될 수 있으나 병환이 오면 병원 찾아가는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소비는 심리에서 시작되고, 경제는 순환으로 회복된다. 결국 중요한 건 “지급” 그 자체가 아니라 “지속”이다. 돈은 나갔지만 효과는 돌아오지 않는다면, 정책은 빈 그릇에 물 붓기가 되고 만다. 그래서 마중물은 곧 책임이고, 성과를 만들기 위한 사전 투자다.
이 물이 흐르기 위해선 정책 이후가 더 중요하다. 행정은 돈을 집행하지만, 효과는 국민이 체감한다. 정책의 성패는 숫자가 아니라 얼굴과 표정에서 드러난다. 지원을 체감하지 못한 국민에겐 그 지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 한 바가지의 물로는 안 된다고 본다.
마중물은 작지만, 그것이 이어져야 진짜 물줄기가 솟는다. 한 번의 정책이 아니라, 신뢰의 연쇄가 이어져야 한다. 국민은 결과로 반응하고, 정치도 결과로 말하기에 행정은 뿌리고, 평가는 시민이 한다. 진짜 마중물은 다음 물줄기를 부른다. 변화는 예산이 아닌 신뢰에서 시작된다. 그 신뢰를 키우는 일이야말로, 이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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