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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대량 발생 사태는 미숙한 행정이 빚은 완벽한 인재(人災)라고 말 한다. 초기에 막을 수 있는 것을 놓치는 바람에 메르스 퇴치 후진국으로 국격이 떨어졌다. 메르스 공포 때문에 세월호 흔적을 지워가던 관광산업, 쇼핑몰이나 시장 등은 또다시 황량한 겨울로 돌아가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지난 6월 25일 국무회의에서 박대통령은 신임국무총리에게 조속한 시일 내 메르스를 퇴치시켜달라고 주문했다.
2003년 중국과 홍콩에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이 크게 유행할 때도 우리나라는 청정국이었다. 의심 환자는 나왔지만 확진 환자는 단 한 명도 없었기에 WHO(세계보건기구)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 국으로 평가받았다. 길목을 지키는 행정과 앞선 의료 환경 덕에 사스는 우리나라에 상륙하지 못했다. 국민의 절반이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미국조차 우리의 선진 의료체계를 부러워했는데 정작 우리나라는 중동에서 묻혀온 메르스에 무참히 나가떨어지는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메르스 발생 초기, 질병관리본부장은 감시 체계가 정확하게 작동돼서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개미 한 마리 못 지나가게 하겠다며 호언장담 했으나, 안심하라던 보건 당국의 말과는 달리 메르스 감염 환자는 급격하게 늘어났고 국민들은 불안을 넘어 공포에 떨었고 한국을 찾는 해외여행자들은 줄줄이 예약을 취소하고 국내 경기는 바닥세를 들어내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불리한 정보는 숨겼고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정보는 과장해 발표했다가 뒤늦게 사과하기 일쑤였다. 이런 대응은 더 이상 나라를 믿지 못하는 불신을 키우고 각종 소문과 유언비어, 괴담으로 퍼져 나갔다. 국민을 안심시키려다가 일을 크게 만들었기에 국민 모두가 합심하여 이 고비를 넘기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본다.
물론 이력을 숨기는 환자나 통제를 무시하고 돌아다니는 의심 환자 때문에 위기가 고조되는 측면도 없지 않으나 가장 큰 원인은 2004년 출범한 질병관리본부의 부실한 대응과 정부의 뒷북 행정 때문이라고 한다. 매스컴을 동해 우리 국민들이 거의 다 알고 있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최초 환자가 중동 국가를 방문한 사실을 평택성모병원에서 통보받고도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국가의 망신은 물론 막대한 손실을 발생시켰다.
메르스는 아직 특효약이 없다. 유럽을 포함한 다수의 나라들은 폐렴과 비슷한 메르스에 대해서는 사후 진단시약을 쓰지도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금 다 적용하고 있다. 신장을 망가뜨려 노폐물을 축적시키는 메르스는 신부전 등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더 위험하다. 건강한 사람은 지나친 공포에 젖기보다 대증요법으로 면역력을 키우고, 개인 위생수칙을 지키면서 일상생활을 할 필요가 있다. 좋은 공기를 마시거나 기침을 올바르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침은 손으로 입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팔뚝으로 가려야한다.
현재는 진정세를 유지하고 있어 경제가 살아날 전망이다
답이 없는 바이러스는 손에 묻으면 오래 살아남는데다 문고리 책상 의자 등을 통해 쉽게 전염되기 때문에 혹 실수로 손으로 입을 가렸다면 즉시 흐르는 물에 씻어야 한다. 메르스가 아무리 치사율이 높다고 해도 약한 구석이 있기 마련이다. 상황을 정확히 판단해서 기선을 잡으면 메르스를 이길 수 있다.
어느 지방신문에는 이런 글이 실렸다. 지난 3일 우려했던 메르스 3차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5일 현재 사망자가 4명으로 늘면서 국가에 비상이 걸렸다. 3일 자 각종 조간신문엔 국가 재난 상황을 알리는 무서운 제목들이 굵은 글씨로 박혀 있어 공포가 엄습해 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아래 기사엔 대한민국의 수장인 박근혜 대통령의 웃는 사진이 실렸다. 전염병 창궐이라는 국가 비상 상황이 닥쳤는데도 박 대통령은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전남 여수까지 내려가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것이다. 이날 아침 신문을 받아 든 국민들은 이 사진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청와대는 아찔했어야 한다는 글로 꼬집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도 얼마나 힘들었으면 대통령도 못 해 먹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웃고 싶어서 웃는 게 아니고 웃어야 할 일이 있어서 웃었다고 이해하면 될 것을 신문 칼럼으로 써야 하는지 필자도 어안이 없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 메르스 감염 환자가 발견된 지 12일 만에 처음으로 메르스에 대해 언급했다. 초기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 발언 전체를 뒤져봐도 책임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발언자가 누구인지 모르면 일반 평론가나 언론이 비판한 것인가 느낄 정도다. 박 대통령 특유의 유체 이탈 화법으로 보건 역량을 총동원하라는 지시를 보면 대통령도 국민의 건강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메르스 사태로 우리 사회는 엄청난 충격을 받고 있다. 국민적 불안 확산으로 나들이를 삼가면서 내수 침체가 가중되고 날로 늘어나는 격리자와 가족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이런 메르스 광풍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의료기관의 총력 대응, 민간 기업과 주민들의 자발적인 협조로 이제 메르스는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들을 치료하고 간호하는 데 매진 중인 의료진의 헌신과 희생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메르스를 통해 우리의 질병대응력과 위기 대응력의 발전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