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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문을 닫은 것은 광산이 아니라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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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5.07.06  21: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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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공 폐광, 조기 종료 결정에 붕괴된 공동체…정부 무책임론 남아

89년 역사 마감… 2025년 6월 30일, 도계 석공 폐광

삼척 도계읍에 위치한 도계광업소가 2025년 6월 30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36년 강원지역 최초로 개광한 도계광업소는 89년 동안 총 4,324만 톤이 넘는 석탄을 캐내며 국가 산업화와 에너지 안보에 이바지해왔다. 특히 1988년에는 연간 127만 톤의 생산 기록을 세우며 국내 대표 국영탄광으로 명성을 떨쳤다.

6·25전쟁 직후부터 1980년대까지 도계는 국가 에너지 중심지로 기능했다. 당시 정부는 철도와 전력망 등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확충했고, 도계광업소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인력과 함께 삼척의 인구를 13만 명까지 끌어올렸다. 주택, 도로, 철도 등 생활 기반도 함께 성장했다.

하지만 1989년,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구조조정이 시작됐고, 도계 지역에만 12개 광산 중 10곳이 문을 닫았다. 도계광업소는 마지막 남은 국영 탄광으로 2024년까지 연탄 수요 감소, 인력 고령화 등으로 감산을 거듭하다 결국 폐광 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문을 닫았다.

   

“도계는 버려졌다”… 총궐기 외침에도 정책은 무응답

광산 폐쇄 결정 직전인 6월 17일, 삼척 도계역 광장에서 700여 명의 시민이 모여 ‘조기 폐광 저지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삭발과 관 퍼포먼스, 연탄 점화 퍼포먼스 등 상징적 행동이 이어졌고, 시민들은 “정부가 살 길을 막고 있다”며 절규했다.

이들은 조기 폐광 철회를 포함해 ▲대체산업 예타 면제 ▲도계특구 신설 ▲국가 주도의 산업전환 ▲특별법 제정 ▲퇴직자 생존권 보장 등 6대 요구안을 발표했지만, 정부와 공단은 끝내 답하지 않았다.

시민사회는 “이제 광산이 아닌 지역 전체가 사라질 위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역과 대화는 없었다”… 지자체·의회 강력 반발

박상수 삼척시장은 “정부는 준비 없이 조기 폐광을 결정했다. 도계 지역은 아직 대체산업 기반조차 없는 상태”라며 “지역을 구조하지 않고 정리하려는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권정복 삼척시의장도 “탄광은 국가가 필요할 땐 총동원했지만, 지금은 방치한 채 철수하는 방식”이라며 “이는 지역 소멸을 앞당기는 폭력적 정책”이라 말했다.

삼척시의회는 조기 폐광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준비 중이며, 강원도의회 일부 의원들도 강원특별법 개정을 통한 ‘도계특구 지정’추진에 나서고 있다.

   

실직만이 아니다… 생활 붕괴, 이주 가속화

광산 폐쇄 직후, 도계 지역 상권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도계시장, 도계터미널, 읍내 주요 식당, 철물점 등은 “한 달 매출이 반 토막 났다”고 토로한다.

광산과 연계된 장비 업체, 운송업체, 숙박업체들도 이미 폐업을 고려 중이다.

광부들은 대부분 50~60대 중장년으로 재취업이 쉽지 않다. 자녀를 둔 가정은 전학을 준비하고, 공공서비스 수요가 줄면서 학교와 병원, 마을버스 등 지역 공공기능도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강원도 연구용역에 따르면 도계광업소 폐광으로 인한 삼척지역 경제 손실은 5조 6,000억 원, 실직자 규모는 1,6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도계는 사실상 구조조정된 도시로 전락했다.

   

대체산업? 구상만 있고 실행은 없다

정부는 도계 폐광과 동시에 “연탄 수급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지만, 정작 도계 주민의 삶에 대한 계획은 부재하다.

중입자가속기 기반 의료산업 클러스터가 홍천리 일대 12만㎡ 부지에 계획 중이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발표도 이뤄지지 않았다. 케어센터, R&D센터, 교육시설 등도 대부분 ‘계획’ 단계에 그친다.

광해광업공단은 “퇴직자에게 위로금과 학자금, 폐광대책비를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직자들은 “생활 안정과 지역경제 재건은 별개의 문제”라고 비판한다.

시민단체는 “보상보다 필요한 것은 산업 기반이다. 지금은 희망 고문이 아닌 구조 전략이 필요하다”고 일침을 가한다.

   

지역의 절규, 중앙의 침묵… 이제는 선택이 아닌 책임의 문제

석공 조기 폐광은 단순한 산업 종료가 아니다. 이는 지역의 생존을 정부가 책임질 것인가, 방치할 것인가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지방정부와 주민이 수차례 요구한 ▲강원특별법 개정 ▲도계특구 지정 ▲산업전환특별법 제정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삼척과 태백은 조만간 공동화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박상수 시장은 “우리는 단기 일자리나 지원금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제 생태계와 정주 기반을 요구한다”며 “지금 이대로라면 도계는 국가가 버린 도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폐광은 끝이 아니다… 지역은 여전히 살아야 한다

2025년 6월 30일, 도계 석공의 광구는 닫혔다. 그러나 도계 사람들의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도계 사람들의 삶은 계속된다. 생존을 위한 싸움은 지금부터다.

단순한 탄광 산업의 종료를 넘어, 지역 균형 발전, 국가 책임, 지방정부의 주도적 전략이 맞물리는 통합적 대응이 절실하다

중앙정부가 더는 침묵하지 않고, 실질적인 대체산업과 지역 재생 전략을 제시할 때만이 이 땅에 진정한 전환이 가능하다.

“광산은 꺼졌지만, 지역은 아직 꺼지지 않았습니다.”

도계는 지금, 대한민국 지역정책의 진정성을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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