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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주논단/ 아직 늦지 않았음을 기억하게 하십시오
이희탁  |  lht47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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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5.01.12  22: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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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께서 쓴 글 중에는 이런 문장이 들어있다.

마지막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아쉬운 시간/ 저 멀리 지나 가버린 기억 차곡차곡 쌓아/ 튼튼한 나이테를 만들게 하십시오, 라는 기도문이 있다.

필자는 12월 14일 오후 5시를 기해 우원식 국회의장께서 탄핵에 대한 의사봉을 3번 치는 모습을 보면서 올해의 마지막 논단을 쓴다.

윤석열 대통령의 시간은 14일 자로 멈춰버렸다. 2022년 5월 10일 국회 앞마당에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며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취임한 지 949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이틀 앞둔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탄핵안 가결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한 태도를 드러냈었다.

탄핵안 1차 표결 당일이던 7일의 저자세 담화와는 정반대였다. 새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물색하고, 대법관 후보자 임명 동의를 국회에 요청하는 등, 직무 수행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었으나 비상계엄 선포라는 대형 사고가 출발시킨 탄핵 열차는 멈춰 세울 수 없었다.

0.73%포인트라는 간발의 차이로 대통령직에 오른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정치 입문 1년도 안 돼 대권을 차지한 초보 정치인이 국회에서 압도적 의석을 보유한 거대 야당을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새 정부의 간판인 초대 국무총리 인선부터 야당 눈치를 보며 노무현 정부 마지막 총리 한덕수를 14년 만에 다시 발탁했다. 모래주머니를 차고 걷는 신세와 다름없었다.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사실 성과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외교, 안보 분야에서는 나름대로 점수도 땄다. 지난해 8월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와 그 결과물인 캠프 데이비드 성명이 대표적이다. 당시 3국 정상은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위협에 대해 3국이 신속하게 협의한다고 했고, 이는 한.미.일 삼각 협력 강화의 상징이 됐다.

강제징용 해법 제시와 셔틀 외교 복원 등 한.일 관계 정상화는 한.미 동맹 강화의 지렛대가 됐다. 지난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 채택한 한.미 한반도 핵 억제 핵 작전 지침에 관한 공동 성명 등, 핵 억지 분야에서의 성과로 이어졌다.

탈원전 정책 폐기를 통한 원전 생태계 복원, 한국수력원자력의 24조 원 규모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으로 국민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기간 동안, 윤 대통령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너무도 차가왔다.

국정의 방향 그 자체보다 국정 운영의 방식이 주로 문제였다. 국정 최고 지도자로서 윤 대통령의 태도와 소통 방식의 문제, 한일 감정 문제, 인선 실패, 여권 내부의 갈등, 대통령 주변 사람들의 처신이 자주 도마 위에 올랐다.

최대 리스크는 김건희 여사였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논란이 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뿐 아니라 2022년 9월 최재영 목사가 준 300만 원짜리 디올백 수수 사건이 더해지면서 임기 내내 김건희 리스크가 따라다녔다. 

게다가 지난 10월 15일 공개된 김 여사와 명태균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명태균 사건이 본격적으로 정치권을 덮치는 계기가 되었다.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 라는 문장에 등장한 오빠를 놓고 윤 대통령이냐, 김 여사의 친오빠냐 공방까지 벌어지며 국정의 품격은 현저하게 훼손되고 말았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거푸 이끈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성상납 사건”으로 엮어 자격을 박탈시킨 게 시작이었다. 대선 승리의 밑바탕이 된 20~30세대와 60~70세대의 세대 연합 전선이 붕괴되면서 국정 동력이 약화되는데,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황태자였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관계는 치명적인 뇌관이 도화선에 불을 붙었다. 갈등은 지난해 12월 한 대표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시작됐다. 

한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중용해 놓고, 윤 대통령 스스로가 갈등을 키웠다. 김건희 여사 문제에서 시작된 둘의 갈등은 윤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새 도약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 사활을 걸었던 4.10 총선의 역사적 참패로 돌아왔다. 갈등은 총선 이후에도 이어졌고, 한 대표가 여당을 접수한 뒤엔 여권의 일상적인 시한폭탄이 됐다. 그리고 결국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는 결정적 이유로 작동하였다고 평론가들은 논평했다.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는 대통령이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두고 일어난 탄핵 첫 사례였지만, 헌법재판소에서는 그해 5월 기각한 게 첫 사례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하여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당하였는데, 이 사유는 권력 남용과 부패가 주요 이유였다. 그 결과는 2017년 3월,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하였고, 이는 한국 역사상 첫 번째로 헌법재판소에 의해 탄핵이 인용된 사례로써 노무현 탄핵과 비교는 서로 엇갈린다.

수녀님의 기도처럼 "우리는 욕심을 태우려 발버둥 쳤던 지나온 시간을 반성하면서 잘못을 아는 시간이 너무 늦어 아픔이지만 아직 늦지 않았음을 기억하게 하십시오"라고 했다.

작은 것에 행복할 줄 아는 우리 가슴마다 웃음 가득하게 하시고 허황된 꿈을 접어버리고, 겸허한 우리 국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2024년 갑진년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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