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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주논단/ 정말이지 조합장이 뭐 길래!
이희탁  |  lht47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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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18  10: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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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11일 날로 막을 내렸다.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우리 강원도는 우려했던 부정불법 선거 양상이 불거지지 않은 채 조용하게 마감된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

가까운 경상도 어느 지방에서는 특정 후보를 지지해 달라며 과일 상자를 돌린 조합원 부부가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전국적으로는 이 같은 부정선거 사례가 연일 보도되고 있어 깨끗한 선거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고 있다.

이번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지방선거에 버금가는 규모인데 반해, 선거운동 방법은 매우 제한적이다. 후보자들이 자신을 알릴 기회도, 유권자들이 후보를 검증할 방법도 없으니, 선거가 음성적으로 흐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문제가 있는 부분은 당연히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이겠지만, 그것이 당장 금권선거의 핑계가 될 수는 없다

우리는 흔히 화(禍)를 자초하는 어리석음을 비웃을 때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간다고 말한다. 섶은 섶나무의 준말로 잎나무 풋나무 등불에 잘 타는 나무를 통칭해서 쓰는 고유어다.바둑 용어에서 일반화된 자충수(自充手)도 같은 의미다. 자신의 여유수를 손수 메워 불리한 결과를 자초한다는 뜻이다.

두 가지 모두 스스로 저지른 우매한 행동이 결국에 가서는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간다는 얘기다.지금 도농(都農) 할 것 없이 과열되어 혼탁한 조합장 선거를 보면, 불길에 뛰어드는 불나방을 보는 듯하다. 진흙탕 싸움은 후보자는 물론 주민 잡는 선거로 전락하고 있다. 5당4락(五當四落).

5억 원을 뿌리면 당선되고 4억 원을 쓰면 떨어진다는 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곳곳에서 자행되는 돈 봉투 수수, 굴비 세트 돌리기, 음식물 제공, 출마 후보자 간 매수 등 적나라한 타락상이 이를 말해준다.이 정도면 조합장이 뭐 길래 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조합장은 그리 미미한 자리가 아니다.

권한은 권력 수준으로 조합별 편차는 있으나 연간 1억 원 내외의 연봉을 받고, 조합장이 이런저런 명목으로 주무를 수 있는 돈이 1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예금 대출과 하나로마트 운영사업 등에서 챙기는 뒷돈도 묵직하다는 뒷말도 있지만 조합장을 해본 일이 없어서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다.


직원의 임명권은 조합장의 또 다른 무기라고 한다. 직원 채용에 있어 자기 사람 심는 것쯤은 이미 관행화된 지 오래라고 한다.2년에 한 번 이뤄지는 중앙회의 감사 외엔 기관 감사를 받지 않는 감시의 사각지대이다 보니 웬만한 기관장보다 낫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런 조건들로 조합장 후보자가 지방자치제 후보만큼 출마하고 있다.

직원 임명권은 중앙회가 행사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

조합장이 가진 이런 권한은 조합원에 대한 갑질로 이어져 실제의 조합 운영이 제대로 되는데 방해요소가 되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지역 조합이 부실화 상태로 운영돼 이를 통폐합하려고 선거를 치러 보았지만 우리 삼척지역은 통합을 실현하지 못했다.

선거 때가 되면 마음의 고생이 심한 건 출마자들이지만, 이들만큼 유권자들도 마음고생이 심하다. 인척과 선, 후배 그리고 다정한 죽마고우, 또는 직장 동료들이 후보자로 나와 그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후보자들은 지역을 위해 열심히 해보겠다는 포부로 출마하지만 정작 포부를 밝히기 보다는 유권자와의 관계 즉 인맥에 표를 의존하는 것이다.

그 분야에 전문지식이 풍부하거나 경영 마인드가 넘치는 후보자를 선택하여 지역 상권을 활성화시켜 달라는 목적 하에 마음의 선택을 투표에 담는데 후보자가 많이 출마한 지역일수록 인맥 선거로 흐르고 있다. 요즘 인터넷상에는 구조맹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구조맹이란 사회문제를 구조적 결함에서 찾지 못하고 개인의 탓으로 돌리거나 사태를 엉뚱하게 해석하는 경향을 말한다.

조합장 선거의 비리가 고질화된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지 않은 데 있다고 한다. 지역 경제는 뒷전이고 그 자리에서 과시하고 내가 노력한 시간을 본전으로 뽑고 남는 장사를 해야겠다는 자기 개인의 이익을 위해 출마하였다면 그 지역의 비젼은 먹구름 속에서 회오리를 만난 격이 된다.

조합장 단일 선거 하나로만 그 오랜 기간 홍역을 앓고도 정부와 중앙회가 내놓은 대책은 중앙선관위 관리 하에 전국 동시 선거가 고작이다. 하지만 선거 감시와 틀만 바꾼다고 공명선거가 이뤄지리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이것은 고름은 살이 될 수는 없지 이치다.

지금 우리 농어촌은 고령화와 FTA 확대에 따라 백척간두에 있다. 지역 조합마저 선거 적폐로 무너진다면 더 이상 희망을 찾아보기 어렵다.무엇보다 조합장의 막강한 권한부터 들어내야 한다. 연봉과 예산 재량권을 최소화하고, 직원 임명권은 중앙회가 행사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역 시민단체 등과 함께 조합을 감시, 감독할 독립적 기구 설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08년 정부가 추진했던 조합장의 비상임화 방안도 재추진할 때가 됐다. 우리 농·수산업의 경쟁력을 생각한다면 조합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구조가 최선책이 될 수 있다.몸이 굽으면 그림자도 굽게 마련이다. 상황이 복잡하고 벼랑 끝일수록 정도를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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