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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일 입춘을 기점으로 한 해가 그리고 새해가 시작되었다. 구정 명절을 보내고 새 학기를 맞는 시점에 훈풍이 꽃망울을 비벼대고 있다.
해가 바뀌면 새로운 다짐도 하고 가까운 사람들과 덕담도 나누면서 올해는 좀 더 살기 편안해지기를 염원하고, 또 가족들 모두가 건강하기를 바라며 경제사정이 보다 좋아지기를 소원한다. 이 마음을 가만히 헤아려보면 우리 소망은 현실적인 일상의 평안을 가슴에 담는 것이지만, 이러한 바람은 실상이 그렇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전세난에 시달리고 비정규직의 설움을 감내하며, 경제적 불평등과 위화감 속에서 매일 매일을 보내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진학걱정, 취업걱정, 결혼걱정, 양육걱정, 연금걱정… 등. 우리는 어느 새 걱정을 더 많이 하고 사는 사회의 일원이 되어 가는데, 정부는 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우리를 현혹하고 있다.
기쁘고 좋은 일은 어디에 있는지 또 누가 우리를 위로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현실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기대하기 어려울 경우 지나간 과거가 그 해답이 되기도 한다.영화 국제시장 관객 수가 며칠 전 1천만을 넘었다고 한다. 흥남 출신의 꼬마소년이 부산 국제시장에 정착해 평생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골간을 이루는 가운데 필름은 격동하는 현대사의 주요 장면들을 듬성듬성 보여주었고 흥남철수, 파독광부, 월남 참전, 이산가족 찾기 등 당대의 주요한 사건을 재현하는 데 주력했다.
영화는 주인공 윤덕수의 개인사나 가족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사를 동시에 보여준다. 세대에 따라, 정치적 입장에 따라 반응에 차이는 있지만, 조국 근대화 세대의 노고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객들이 동의했다.
영화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작은 즐거움과 행복에는 이전 세대의 노고가 있었음을 전달하고, 젊은이들에게 심리적 채무감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조국 근대화에 몸 받쳐 살아왔던 이들에 대한 헌사로 읽혀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삶이 그대를 힘들게 할지라도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자. 삶에서 기쁨이나 즐거움을 찾는 일은 단순한 쾌락추구가 아니다. 또한 일상의 평안만이 우리가 추구하는 선(善)도 아니다. 우리가 일상의 질곡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기쁘고 즐거운 일은 허공의 구름처럼 덧없게 된다.
고향은 또 다른 어머니다
활기찬 건강과 아름다운 외모, 신분의 안정과 물질적 풍요가 기쁨과 즐거움의 원천인 듯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지구생명공동체 전체로 눈을 돌려 모두 함께 사랑을 나누려는 마음가짐과 실천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있지 않는가.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미당 서정주 시인은 이 세상에서 제일로 좋은 것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이 세상에서 제일로 좋은 것은/ 낳아서 백일쯤 되는 어린 애기가/ 저의 할머니 보고 빙그레 웃다가/ 반가워라 옹알옹알/ 아직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뭐라고 열심히 옹알대고 있는 것.// 그리고는/ 울타릿가 감나무에/ 산까치가 날아와서/ 뭐라고 거들어서/ 짹짹거리고 있는 것.// 그리고는/ 하늘의 바람이 오고 가시며/ 창가의 나뭇잎을 건드려/ 알은 체하게 하고 있는 것.....시인은 생명체들이 따뜻하게 연대하는 모습에서 삶의 기쁨과 공동선을 발견했다.
우리도 새해 들어 새롭고 기쁜 일 그리고 즐거운 시간을 찾아 행하자. 바람은 봄의 최고 짝이다. 꽃샘추위를 주는 바람도 겪어야 꽃이 건강하게 피어나며, 찬바람을 맞아봐야 따뜻한 바람의 맛도 알게 된다. 살결에 다가오는 봄바람은 그 부드러움과 따스함으로 만물생육을 관장한다.
추운 겨울에 햇빛은 나를 얼마나 따뜻하게 해주는가. 지금 내 입으로 들어가고 있는 밥은 우리 생태계의 얼마나 많은 노력들이 보태어져 내가 먹게 되는가를 생각해보자. 그러면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고향은 우리들의 본디 마음이며 양심이기 때문에 변하지 않은 모습이 더 값지고 애틋하다. 세배 행렬, 설빔 입은 아이들, 북 장구 놀이문화는 사라졌지만 가족중심의 정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고향은 휴식의 터전이며 나를 위해 평생 고생해 온 늙은 부모가 계신 곳이다.
나의 놀이터였던 고향집 마당과 텃밭, 평화와 안식을 심어준 산과 들, 냇물과 숲을 넉넉한 마음으로 쓰다듬자. 지금 고향은 비록 가난하고 남루하지만, 영혼이 맑은 사람들이 객지의 자녀들을 기다리고 있다. 부모님이 안 계셔도 고향에 가면 훈훈해지는 건 고향은 또 다른 어머니의 품처럼 우리를 품어주기 때문이다. 봄바람과 햇살이 자연을 키우듯 고향은 우리를 지키고 키우는 어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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