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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상징, 흑인의 아버지로 칭송되고 있는 넬슨 만델라는 1994년에 펴낸 회고록의 표제를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이라고 적었다. 어린 시절과 27년 동안의 투옥생활이 전 세계 독자들을 감동케 했다.
2013년에는 할리우드 영화로도 개봉돼 감동을 재확인하게 했다. 그리고 올해 머나먼 여정 속편이 출간된다는 소식이다. 만델라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기 직전부터 쓰기 시작했던 글을 모았다니 기대될 때 이명박 대통령도 대통령의 시간이라는 표제로 회고록을 출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전 대통령과 재임 당시의 참모들이 모여 공과를 객관적으로 기술하기 위해 현안마다 토론을 벌였다는 뒷 애기도 있고 게다가 국회 국정조사 대상인 자원외교 문제를 비롯해 4대강 사업 금융위기 극복 과정, 남북정상회담 추진 비화 등도 들어있다고 알려져 세간의 시선이 분분해지면서 베일에 싸여 있는 대통령 기록물과 기억의 술회를 비교해 볼 수 없으니 또한 궁금해질 듯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출간되었지만 청와대의 표정이 밝지 않아 어딘가 모르게 어설픈 마음까지 들게 한다. 회고록에는 4대강 사업이 성공적인 것이며, 해외자원개발도 나중에 평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한다. 그런 소식을 들으니 집권 5년 동안 독선과 아집으로 일관한 그이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2011년 가을에 당시 한나라당이 몰락해서 식물 대통령이 되다시피 했던 사정을 생각하면 그가 오늘날 이렇게 당당해진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 덕분이다.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를 들고 정당 이름도 바꾸어가면서 대통령이 된 사람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 하는 식이더니 결국에는 지지도가 30%대로 급락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받은 형상이다.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회고록을 낸 의도는 책에 담은 내용 보다 자신은 더 많이 알고 있다는 메시지를 청와대에 보낸 것일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경고를 겸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
지난 2000년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퇴임 2년도 안 돼 김영삼 회고록을 냈다. 독설이 많았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선 박정희에게 탐욕스러운 권력욕만 배웠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을 두고는 정보 정치를 통해 나를 견제하는 데만 골몰했다고 정면 비판했는데 독설은 독설을 낳는 법이다. 실은 노 전 대통령이 먼저였다. 그는 그 전 해에 국정 운영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국민과 나는 색맹환자였다며 YS를 노골적으로 폄하한 적이 있다.
또 그는 2011년 본격 회고록을 내면서 YS에게 대선 자금 3천억 원을 줬다고 폭로까지 했다고 지방 신문이 실려 있었다.?과연 쓸 것인가, 쓰지 않을 것인가. 일련의 침묵파들이 있다. 작고한 최규하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 재직 때의 일을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입을 다물었다. 12·12 사태를 치른 그가 말할 수 없었던 재직 때의 일은 무엇일까. 당시의 신현확 전 국무총리도 회고록 집필 건의를 한마디로 거절했다고 한다. 대를 이어 원수가 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우리 정치인들의 회고록은 아직이라는 말이 들어있다
얼마 전, 한국 현대 정치사 40여 년을 관통한 구순의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도 회고록 그런 거 써서 뭐 하나라고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뭐든지 다 주면 재미가 없다 뭔가 의문이 남아야 하는 거다. 침묵 속으로 밀어 넣으려는 저 의문을 두고 역사에 대한 책임 방기, 역시 JP는 엉큼하기 그지없다는 비판하는 이도 많았다.
폄하와 독설의 반대쪽에는 자랑이 있는 듯하지만 실상 이 양자는 쌍둥이다. 남에게 독설을 퍼붓는 이는 자기에 대해선 자랑을 늘어놓기 일쑤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그 대안이 함구가 될 수는 없다. 지위를 누린 개인이 역사를 그냥 삼켜 버려선 안 된다. 독설과 자랑질도 옳지 않고, 말하지 않는 것도 옳지 않다. 시대를 가름했던 우리 정치인들의 회고록은 아직이라는 말이 들어있다.
전기 작가 스테판 츠바이크는 회고록에는 이름이 아니라 인격이 담겨야 한다고 했다. 좌절과 성공, 인생과 정치적 역정의 모든 것이 가감 없이 담겨야 한다는 뜻이다.한국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가장 많이 읽힌다고 한다. 참여정부는 절반의 성공도 못 이루었으며 무리한 욕심이 실패와 오류의 원인이었다는 좌절의 기록도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어떤 내용으로 집약되었는지 궁금하다. 얼마만큼의 관심을 끌고, 논란이 될지, 자랑이 들었는지, 독설이 있는지 궁금하다. 톨스토이는 자서전인 참회록 마지막에 소크라테스의 경구 너 자신을 알라를 새겼다고 최학림 논설은 힘 있게 꼬집었다.
대통령 노릇도 제대로 못한 사람이 회고록을 펴냈다면 그 내용은 읽으나 마나 뻔하다고 보지만 이상한 궤변으로 가득 차 있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여권에게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떠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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